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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인간(장명수 칼럼:1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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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인간(장명수 칼럼:1680)

입력
1994.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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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의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 아들이 부모를 참혹하게 살해한 사건으로 온 나라가 며칠째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부모와 아들은 그들 세대에서 흔히 볼수있는 전형적인 인물들이라는 점이 더욱 우리를 착잡하게 한다. 흥청망청 돈을 쓰려고 부모를 칼로 수십차례 난자한후 불을 질렀던 박한상(23)은 과보호와 맹목적 교육열로 키워낸 경제 고속성장 시대의 산물이다.그는 서울 강남에서 일찍이「오렌지족」이 됐고, 미국으로 도피성 유학을 간후에는 도박과 향락에 빠졌다. 미국의 폭력영화에서 힌트를 얻어 부모살해 계획을 치밀하게 세웠다는 그는 비만에 가까운 영양과잉의 몸과 선악에대해 반응이 없는 텅빈 얼굴을 갖고 있다.

 아버지 박순태씨(47)는 자신의 한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자수성가형이다. 고교졸업후 한의원 종업원으로 일하다가 한약업사가 된 후 백억대의 재산을 모으고, 한약협회 서울지부장까지 된 그는 자식교육에 돈을 쏟았지만,결국 아들의 칼에 숨지고 말았다. 그가 대학의 특수과정을 마친후 뒤늦게 학사모를 쓰고 찍은 가족사진은 그의 한을 잘 설명해준다.

 그 불행한 부자의 나이 차이는 24년인데, 그들의 너무나 다른 삶이 그기간 동안 우리사회의 엄청난 변화를 실감케 한다. 아버지는 청소년 시절부터 열심히 일하여 백억대의 재산을 당대에 모았고,과소비와 과보호속에 자란 아들은 돈때문에 부모를 죽이기까지한 돈의 노예가 되었다. 

 그 사건으로 인한 충격속에서 병든 청소년 교육과 부모자식 관계를 개탄하는 소리가 높다. 그중 관심을 모으는 지적중의 하나는 부모의 한풀이식 자녀교육이 자녀를「괴물 인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못배웠고, 가난했고, 억눌려 자랐고, 일류학교를 못다녔으니 자식만은 풍족하게, 자유롭게, 수단방법 안가리고「일류」로 키우겠다는 집념이「인간다운 생각을 할 줄 모르는 괴물」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들은 인내·절약·양보·사랑·감사·섬김이 무엇인지를 모르며, 판단력과 윤리의식은 백치에 가깝고, 소비와 향락 이외의 살아가는 방법을 모르고 있다. 그들 괴물인간들을 누가 길렀는가. 만일 자신의 한풀이 집념으로 자식을 키우려는 부모들이 있다면, 자신의 한을 곰곰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가난하고, 배우지 못하고, 일류학교에 가지 못하고, 고통스런 어린날을 살았다는 것이 단지 한일뿐인가. 그속에서 얻은 힘이 생의 질긴 뿌리, 굳센 기둥이 되지는 않았던가. 자식의 생에서 그 질긴 뿌리가 못돋아나도록 무균 유리병에서 키울 작정인가. 아버지세대의 한과 황금만능 풍조속에서 튀어나온 박한상이란 「괴물인간」은 우리에게 생의 덕목,생의 가치를 기초부터 다시 생각하게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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