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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교육」 다시 찾아야한다/패륜범행 충격/차경수(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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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교육」 다시 찾아야한다/패륜범행 충격/차경수(특별기고)

입력
1994.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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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관 전도·사회의 「비인간화」 바로 잡아야 끔찍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 며칠전 부유한 한약상 부부가 무참히 살해됐다는 보도를 들었을 때만 해도 또 하나의 잔인한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범인은 피살자 부부가 23년간이나 길러 준 친아들로 밝혀졌다.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사건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 국민들이 받는 충격과 분노는 여간 큰 것이 아니다.

 아직 범행 동기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고, 사건자체를 일반화하기에는 곤란한 점이 있다. 정신질환의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나 범행이 계획적이고 치밀했다는 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첫째, 전통적인 가족윤리의 붕괴에 따른 가정의 위기문제다. 부모의 권위가 절대적이고 어떤 경우에도 거역해서는 안된다는 전통적인 가족윤리가 완전히 실종된 상황을 이 사건에서 볼 수 있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가정의 부모로부터 제일 먼저 배우는 것이 부모와 스승,웃어른들, 이웃, 친구들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가정은 이러한 윤리교육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은 지금 그러한 윤리규범을 가지고는 자녀들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럴바에야 집을 나가라』는 부모의 꾸짖음은 참회보다는 살해의 동기가 되었다. 가정은 구성원들이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는 1차적 공동체다. 가정의 문제를 구성원들이 서로 원활한 대화를 하는 가운데 합심해 풀어 나가는 새로운 가족윤리 확립이 절실한 시점에 우리는 와 있다.

 둘째, 전도된 가치관이다. 황금만능주의적 사고, 점수위주 일류학교지향의 가치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욕심을 충족하려는 자기중심주의, 감각적 쾌락추구등 온갖 왜곡된 가치관을 이 사건에서 볼 수 있다. 범인은 자신의 능력이 부족함에도 좋은 학교에 가서 공부 잘하기를 원하는 부모들로부터 심한 심리적 압박을 받아 왔다고 한다. 자식의 소질과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부모의 충고는 범인에게는 하등의 교훈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심한 반발만을 산 것으로 짐작된다.

 범인이 돈이나 학벌보다 사람됨을 소중히 여기는 교육을 받았다면 그처럼 행동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지 못하는 우리 교육의 책임이 크다. 급격한 현대화 과정에서 우리는 정신적 가치를 소홀히 했고, 가치관의 붕괴를 초래했다는 사회과학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을 심각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인간적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것을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셋째, 도피성 유학이 얼마나 위험한 문제점을 갖고 있는가를 이번 사건은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수입 오렌지족」들의 행태를 통해 우리는 이미 이 문제가 낯설지 않다. 범인은 성숙한 가치관도 갖지 못하고 공부할 지적 능력이나 의욕도 없이 그저 집에 돈이 있다고 해서 허영과 도피의 수단으로 해외유학을 떠난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사람들이 환락과 사치, 마약과 도박, 폭력과 살인이 난무하는 환경에서 어떻게 변할 것인가는 너무나 뻔한 것이다. 그것은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것보다도 맹목적이고 위험한 것이다.

 끝으로, 개인이 소유한 부의 사회적 환원에 관한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수백억원대의 재산을 어떻게 쓸 것인가. 부모들이 이 재산은 개인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위해 써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평소 실천을 통해 모범을 보인다면 자식들도 부모 재산이 제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내 돈」이란 생각을 갖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실종된 가족윤리, 전도된 사회의 가치관, 부유층의 사회적 책임 망각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것은 곧 우리 사회의 비인간화의 단면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이러한 부정적 단면들을 극복하고 인간화를 이루는 것을 「사회 발전」의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서울대교수·사회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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