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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일이…” 믿을수 없는 충격/한약상 부모살해 각계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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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일이…” 믿을수 없는 충격/한약상 부모살해 각계반응

입력
1994.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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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 파멸·물질만능이 원인/신세대 이기심·입시제도도 문제/가족대화·가정 소중함 교육필요 ▲백상창씨(한국사회병리 연구소장)=우리 사회가 고유의 전통가치나 윤리성을 심각하게 상실해 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우리 사회는 전통가치의 실종과 서양윤리의 미정착으로 도덕윤리의 공백상태를 맞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본능적 욕구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해소하려는 극히 자기중심주의적인 의식이 팽배한 상태다.

 자아실현을 위한 개인의 바람직한 덕목과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노력이 사회전반에 있어야 한다.

 ▲최인섭씨(한국형사정책연구원 범죄연구실장)=이번 사건을 향락주의에 물든 한 신세대 유학생의 충동적·우발적 범행으로 파악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퍼진 병리적 현상의 본질을 간과할 위험이 있다.

 입시지상주의가 극단화되면서 자녀들의 좌절감을 부모들이 경제적·물질적으로 보상해 주려는 심리가 퍼져 있고, 대표적 예가 수학능력이 부족한 자녀들을 해외유학시키는 것이다. 이들의 상당수가 적응에 실패, 정신적 황폐감을 달래기 위해 향락주의에 쉽게 빠져들게 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부모와 자녀간의 관계는 애정보다 돈을 매개로 맺어져 더 많은 돈을 요구하는 자녀와 부모 사이에 갈등과 반목이 쌓여 치유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이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가정이 의외로 많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이상복씨(서울대병원 신경과 의사)=「돈이면 다 된다」는 금전만능주의가 초래한 극단적인 사건으로 어이가 없다. 학교에서도 제자가 스승을 때리는 사건이 발생하는등 사회 전체가 윤리의식이 결여된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오렌지족이라는 것도 60년대이후 물질적 풍요만을 추구한 사회구조가 빚어낸 결과로 인간의 도리를 중시하는 도덕교육과 인간성 회복을 위한 가정교육·사회교육에 힘을 쏟아 정신적 내실을 기해야 한다.

 ▲안기영씨(흥사단 이사장·변호사)=물질만능주의와 도덕성 상실로 특징지어지는 현 세태가 이렇게까지 썩었을 줄은 몰랐다. 이번 사건은 사회교육과 학교교육·가정교육의 부재가 만들어낸 극악한 패륜적 범죄다. 가장 중요한 것은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으로 가족간의 대화와 유대관계를 지켜가는 일이다. 우리 젊은이들을 이끌고 가르쳐야 할 기성세대의 뼈저린 반성과 함께 사회교육프로그램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장경섭씨(서울대교수·사회학)=핵가족 중심으로 가족제도가 급변하면서 부모와 자녀간의 갈등심화로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이다. 올바른 가족문화가 뿌리내리지 못하는데다 공동체적 생활을 가르치는 가정의 사회화 기능이 흔들리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부모들은 소비생활을 위한 물질적·경제적 지원만 하면 부모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애정을 갖고 자녀들의 생활태도와 가치관에 대해 민주적인 대화를 자주 가져야 한다.

◎패륜범행 박군의 행적/현지적응 못하고 포커판에 탐닉/하룻밤새 천4백만원 날리기도

 부모를 수십번 찔러 살해하고 불까지 지른 한약상 부부피살사건의 진상은 패륜적 존속살인범죄의 극악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범행 자체보다 한층 개탄스러운 것은 「유학중 도박으로 진 빚을 갚고,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라고 범행동기를 밝힌 범인의 도착적인 행태와 의식상태다. 여기에는 무분별한 해외유학중 탈선을 일삼는 「유학오렌지족」의 문제점을 넘어, 욕구충족을 위해서는 부모라도 제거할 수 있는 극단적 이기주의가 우리 사회의 윤리적 기반을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음이 드러나 있다.

 서울의 부잣집 아들로  지방 대학의 「무료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그는 수업에는 거의 들어가지 않는 생활을 하다가 2학년을 마치고 방위병으로 입대, 지난해 7월 제대했다. 그러나 『학교가 지방에 있어 다니기 싫다』며 복학을 하지 않은채 빈둥거리다가 부모를 졸라 지난해 8월 미국 유학을 떠났다.

 대학부설 어학원에 등록한 한상군은 월 5백달러짜리 아파트에서 아버지가 보내주는 월 2천달러의 생활비로 여유있는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학원에서 영어를 배우는 외에는 아파트에 틀어박혀 비디오나 영화를 보는 평범한 유학생활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불과 2개월뿐, 주변에 숱하게 있는 「놀기 위해 유학온」 오렌지족들과 어울리면서 방탕의 길로 접어 들었다.

 처음에는 아파트 근처 도박장에서 5∼6달러짜리 소규모 카드놀이를 즐겼으나 곧 라스베이가스로 진출, 포커 도박에 손대 하룻밤에 5천달러(약 4백만원)를 날렸다. 초심자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부모에게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그동안 5차례나 귀국, 그때마다 생활비외에 용돈명목으로 목돈을 받아 미국으로 돌아가 다시 도박장에 쏟아 넣는 생활을 계속했다. 지난 1월초에는 아버지에게 『미국에서는 차가 있어야 한다』며 승용차 구입비 명목으로 1만8천달러(1천4백여만원)를 받아 라스베이가스 도박판에서 하룻밤에 모두 날렸다.

 지난 10일 아버지가 그동안의 방탕한 행실을 알고 노발대발, 전화로 『너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야. 유학이고 뭐고 다 필요없으니까 당장 돌아오라』고 호통치자 13일 귀국했다. 비행기 안에서 그는 미국에서 본 적이 있는 범죄영화 장면을 떠올리며 부모를 살해하는 방법을 구상했다.【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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