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선언」싸고 통일원 “재고”·외무부 “고수” 상이/정부선 “부처이견 아닌 목표 달성위한 전략” 평가 북한핵문제를 둘러싸고 부처간 적지 않은 이견을 보였던 대북정책이 「신역할 분담론」의 모양으로 정리돼가고 있는 모습이어서 새로운 통일안보팀의 팀웍을 가늠케 하고 있다.
이홍구통일부총리가 23일 국회 외무통일위에서 「한반도 비핵화선언 재고」를 시사한반면 한승주외무장관은 「비핵화선언의 고수」를 주장했음에도 정부당국자들은 이를 이견으로 간주하기보다 역할분담이란 새로운 평가를 내리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당국자들은 『미국이 북한과의 3단계고위급회담을 서두르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도 나름대로의 「협상카드」나 「견제카드」를 가져야 한다는 적극론을 개진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나아가 이통일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외무부의 한 당국자는 『우리의 핵주권과 관련, 미국을 자극할 수도 있는 발언을 뛰운 것은 전략적인 의도』라고까지 평하고 있는 것이다. 이 당국자에 의하면 『금기시되던 비핵화선언의 효력문제를 거론함으로써 북한에 대해 강한 경고메시지를 전달하는 한편 미국에 대해서도 북한과의 핵협상에서 원칙을 지켜줄 것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말하자면 「핵주권」문제를 우리의 대북, 혹은 대미카드로 보유하겠다는 의사전달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장관은 26일 「동북아시아에 있어서의 핵정책」이라는 주제의 국제학술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함으로써 비핵화선언이 여전히 남북관계의 변함없는 틀이 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통일원 관계자들은 아무도 이 언급이 이부총리의 발언을 뒤집은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 당위와 현실의 조화라고 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미국을 방문중인 외무부 김삼훈핵대사는 로버트 갈루치 미국무부차관보와의 회담에서 북한의 핵연료봉교체와 관련, 미국이 제3단계 고위급회담을 개최키 위해 북한측에 제안한 일련의 양보안을 현실적으로 수용했다. 우리의 기본원칙에서 볼 때 다소 후퇴한듯한 합의지만 이 역시 명분과 현실의 「역할분담」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종전처럼 정책의 혼선이니 불협화음이니 하는 지적이 전혀 제기되기보다 오히려 『한반도 비핵화의 담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대안을 찾으면서 우리의 원칙을 지켜나가는 합리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높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신역할분담」에 대한 공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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