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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대비 교육개혁 절실”/이대 윤후정총장(한국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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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대비 교육개혁 절실”/이대 윤후정총장(한국인터뷰)

입력
1994.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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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개교 백8주년 맞아「21세기 발전계획」내놓은 이대 윤후정총장/선진국진입에 여성인력개발 중요/국제·정보화시대 경쟁력제고 목표/시설·교과목·취업프로그램 등 여대강점 많아□대담=장명수편집위원

 5월 31일 개교 1백8주년을 맞는 이화여대는 「이화 21세기 발전계획」을 발표하고 「제2의 개교」를 향한 재도약을 선언했다. 『21세기는 문명사적으로 일대 전환기가 될것이며, 여성 전문인력이 국가경쟁력의 핵심 원천이 될것』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이 재도약 선언은 각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발전 계획들 속에서 「21세기의 여성전문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윤후정총장을 만나 이화발전 계획을 들어본다.

 ―이화가 창립 2세기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제2의 개교」를 선언하게 된 배경을 설명해 주십시오.

 『한국의 대학들은 그동안 국민의 높은 교육열을 수용하기에 급급하여 양적인 팽창에 매달려 왔고, 이화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지난 10년간 우리학교의 학생수는 두배나 늘어 대학 1만5천명 대학원 3천명의 대가족이 되었고, 80년부터 92년사이에 신축된 건물은 연건평 5만여평으로 이화가 신촌으로 이사한 35년부터 60여년동안 세운 건물보다 많습니다. 우리는 21세기를 앞두고 이러한 양적팽창을 질적성장으로 끌고가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는데, 단순한 변화나 개혁으로는 21세기의 요구에 부응할수 없다는 것을 감지하게 되었습니다.지금 세계는 인쇄물을 통한 문자문화의 시대에서 전자문화, 영상문화의 시대로 치닫고 있으며, 일대 문명사적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21세기에 대비하려면 교육의 목표를 근본적으로 재고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인식에서「제2의 개교」라는 각오를 하게된 것입니다』

 ―21세기에 여성들은 보다 나은 여건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십니까. 여성에게 어떤 분야가 가장 유망하겠습니까.

 『21세기의 산업구조, 고용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더 창의력이 있고, 심미안이 뛰어나고, 머리가 좋고, 개성이 있느냐 하는 것이지 남녀의 차이는 아닐 것입니다. 21세기에 국가나 기업이 성공하려면 우수한 여성인력을 잡아야 하고, 특히 우리경제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여성인력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전문가들에게서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대학은 21세기를 향한 교육의 목표를 정보화·세계화·과학화·복지화로 설정하고, 각자가 그 분야에서 전문가로 경쟁하고 이바지할 수 있도록 키워나갈 계획입니다. 공대·법대·상경대와 정보과학대학원·통역대학원·국제학대학원등을 신설하고, 농예대학 신설도 검토할 생각입니다. 전공이외에 컴퓨터· 실무영어·기초경영학·전문비서학 과정등을 각자 선택에 따라 수강케하여 학교가 인증하는 자격증을 주고, 전교생 토플점수 6백점을 목표로 하는등 국제화·정보화시대에 일꾼으로 뛸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려고 합니다. 이런 분야들이 우수한 여성인력을 기다리고 있으며, 풀타임이든 파트타임이든간에 여성들은 거의 필수적으로 직업을 갖게될 것입니다』

 ―요즘 각 대학들은 발전기금 모금에 동분서주하고 있는데, 이대는 졸업생이 여자들이어서 모금이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이대출신과 결혼한 「이화의 사위들」중에는 대통령을 비롯해 행정부에서 총리·부총리등 장관급이 11명, 국회의원이 71명이라는 사실이 각 신문에 보도되어 화제가 되었는데, 「사위들」이 많이 돕고 있습니까.

 『그동안 우리동창들은 모교의 도서관건립, 1백주년 기념행사, 목동병원건립등 중요한 일이 있을때마다 많이 도왔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주부들이어서 큰돈을 내기는 어렵습니다. 이화 21세기 발전계획에 필요한 예산은 총 2천억인데, 동창가족들이나 학부모들뿐 아니라 여성교육에 관심이 있는 많은 분들을「이화공동체」로 묶어서 도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미 공학관등의 건립을 도와주시겠다는 고마운 분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여자대학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우수한 여고생들이 남녀공학대학을 보다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어떻게 그점을 보완해 나갈 생각입니까.

 『여자대학의 인기가 하락하고 있다는 설은 과장된 면이 있습니다. 대학들이 점수에 따라 서열화하여 우수한 학생들이 서울대등에 몰리고 있는 것은 대학 모두의 문제지 여자대학의 인기가 특별히 더 떨어진 것은 아닙니다. 신세대 여고생들 사이에 남녀공학대학에 가서 남학생들과 동등하게 경쟁하겠다는 흐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남녀공학대학이 실제로는 남학생위주의 대학이라는 실망도 커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도 지난 10여년간 여자대학의 인기가 떨어졌으나, 2·3년전부터 여자대학의 존재이유가 새롭게 인식되어 우수한 여학생들이 다시 몰리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여학생들을 위한 시설, 교과목 개발, 취업 프로그램등 많은 점에서 여학생들에게 여자대학이 더 유리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각 부문에서 전문화된 능력을 요구하는 21세기에는 여자대학의 강점이 더욱 두드러질 것입니다』

 ―이화가 21세기를 향해 획기적으로 변화한다고 할때, 재학생의 결혼을 금하는 학칙이나 총장이 미혼이어야 한다는 전통등도 바꿀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제가 미혼이어서 인터뷰할 때마다 그런 질문을 받는데, 저는 교수들의 직선에 의해 선출된 총장이지 임명된 총장이 아닙니다. 총장선거에서 미혼만을 후보로 하자는 규정같은 것은 없었고, 물론 앞으로도 그럴것입니다. 이화가 미혼총장의 전통을 지켜온것은 총장에게 절대적인 헌신을 요구하는 분위기 때문이었는데, 오늘의 시대상황에서는 결혼여부가 헌신의 정도를 판단하는 척도가 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학생들의 금혼규정은 어떤 이론이나 철학의 문제가 아니고, 학생들이 가사부담없이 4년동안 학업에 몰두해주기를 원하는 학교측의 희망을 반영한 것인데, 이 규정 역시 앞으로 여건의 변화에따라 바뀔수도 있을것입니다. 그러나 우리학교는 결혼적령기의 여학생들이 1만5천여명이나 모여있는 특수한 상황이므로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입니다』

 ―여자대학이 진정한 여성지도자들을 키워내려면 학생수를 제한하여 엘리트교육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화는 개교이래 항상 더 많은 여성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려고 노력해왔고, 시대변화에 따라 선구적으로 여성의 영역을 개척해 왔습니다. 그 두가지 점이 이화의 독특한 정신입니다. 이대가 의학, 법학, 자연과학 계열등의 전공을 개설할 때마다 항상 『여자가 무슨 의사공부냐』는 식의 반대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21세기를 향해 공대를 신설하는 것도 설립정신을 따른 것입니다. 여자대학의 일시적인 인기하락을 이유로 학생수를 축소한다는 것은 더 많은 여성들이 더 많은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개척해 나간다는 이화의 사명과는 거리가 있는 것입니다』

 ―여러번 지적되었던 것인데, 이대는 여자대학으로서 여성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일과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사회를 선도하고 자극할 의무가 있습니다. 교직원들과 대학원 학생들을 위한 탁아소등을 교내에서 운영할 계획은 없습니까.

 『대학원생들중에는 결혼한 학생들이 상당수 있어서 육아부담 때문에 학업에 지장을 받는 학생들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문제는 교내의 여성연구소, 직업보도소, 사회사업과등이 논의하여 이미 검토하고 있으므로 이화캠퍼스에서 아기를 데리고 등교하는 대학원생들을 볼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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