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루버스 화총리·영브리튼경 각축/최근 독불지원 벨기에 데한총리 부상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차기위원장 자리를 놓고 경합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이 기구를 이끌어온 자크 들로르위원장의 임기는 올해말로 끝난다. 후임자는 다음달 24, 25일 그리스에서 열리는 EU정상회담에서 정상들간의 합의에 의해 결정될 예정이다.
따라서 EU집행위원장 자리는 선거운동도 있을 수 없고 공개적인 출마자도 없다. 그러나 12개 회원국의 이해가 맞물린 가운데 막후에는 자천타천의 후보에 대한 각국간 입장조율과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까지 들로르의 후계자로 거명되고 있는 사람은 4명. 루드 루버스 네덜란드총리와 리언 브리튼 EU 대외통상 담당집행위원(영국), 장 뤽 데한 벨기에총리, 피터 서덜랜드 WTO(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이다.
최근까지의 대세는 앞의 두사람이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거의 거명조차 되지 않았던 데한 총리쪽으로 저울이 기울기 시작했다. 그의 갑작스런 부상은 루버스총리의 대안으로 독일의 콜총리와 프랑스 미테랑대통령의 지원을 받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가장 자연스런 후보는 루버스총리였다. 네덜란드사상 최장기 집권인 12년, 3기연임을 이룩한 그는 화려한 정치경력에 대소국가가 번갈아 위원장직을 맡는다는 전통에 따라 오래전부터 비공식적으로 기정사실화된 첫번째 후보였다.
그러나 지난해말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UR)에서 뛰어난 해결사역할을 했던 브리튼경이 올초부터 거의 공개적으로 야심을 드러내고 영국정부의 지원사격을 받으며 두사람의 경합으로 좁혀졌다.
그러나 공이 갑작스레 데한 총리쪽으로 넘어간 것은 두사람에게는 한계가 있다는 불·독의 판단에서이다.
루버스총리는 마스트리히트 조약 성안과정에서 당시 EU의장국으로서 보인 유유부단함과 통합에 소극적인 영국에 기운 태도, 비사교적 성품등이 특히 콜총리의 지지를 잃게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브리턴경은 스스로는 범유럽적 성향임을 내세우고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영국의 입장에 설것이라는 점등에서 독·불의 견제를 받고 있다.
반면 데한 총리는 지난해 하반기 6개월간 EU의장국을 맡아 여러 난제를 해결했고 EU통합에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대타로서 부상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발효시키고 UR협상에서 회원국간의 입장을 원만히 조정했으며 유럽의 실업난을 타개하기 위한 「들로르 백서」를 채택했다.
서덜랜드 WTO총장은 지난달 WTO총장직을 내년 1월에 사임할 것이라고 선언, 시기가 차기위원장의 임기개시와 맞아떨어지고 EU협상 성공으로 얻은 명성이 EU집행위원장 물망에 오르게 하고 있다.【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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