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대 국정조사 이틀째인 24일 상오 서울지검의 문서검증장. 김종구서울지검장에 대한 야당의원들의 추궁이 극으로 치닫고 있을때 민자당의 함석재간사가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했다. 민주당의원의 잇단 질문공세를 주시하고 있던 현경대위원장이 즉각 발언권을 줬다. 이러자 함의원이 한 말. 『여기는 문서검증을 하는 곳이다. 그런 질문은 26일 법무장관 보고에서 하라』는 것이었다. 민주당측의 열기에 재를 뿌리는 말이었다. 이번 국정조사에서 민자당측의 이같은 방관자적 자세는 조사 첫날인 23일부터 여실히 나타났다. 여당의원 9명중 회의장을 지킨 사람은 절반도 채 못됐다. 그나마 참석자들도 문서검증을 위해 출석했으면서도 정작 대상기관이 준비해 놓은 문서는 『우리가 요청하지 않았다』며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병태국방부장관이 민주당측의 일문일답 요구에 쩔쩔매고 있을 때마다 민자당측은 의사진행발언을 얻어 『쉬었다 합시다』 『이 자리가 그런 걸 묻기 위해 마련된게 아니다』는등 「의사방해발언」만 일삼았다. 그런가 하면 야당의원이 질문하는동안 혀를 차거나, 잔뜩 찌푸린 표정을 짓는다거나, 취재진에게 개인적 의견을 큰 소리로 말해 회의장분위기를 흩트려 놓았던 이들도 모두 여당의원이었다. 어떤 의원은 보도진에게는 조사대상기관의 「무성의」를 탓하면서도 막상 발언은 하지 않아 「여당체질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심지어 민주당의원의 발언을 들으면서 『자기도 검사출신이면서 어떻게 저런 얘기를 하나』라고 뒤에서 비난하는 점잖지 못한 민자당의원도 있었다.
이번 국정조사가 야당의 요구로 이뤄지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형식논리일지는 모르나 국정조사권 발동은 엄연히 여야 공동요구로 이뤄졌다. 『국민의 의혹을 풀고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국정조사를 실시한다』는게 여당지도부의 공개적인 다짐이었다. 따라서 여당은 국정조사의 목표달성을 위해 야당과 함께 「절반의 책임」을 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진상규명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의사가 없다면 차라리 침묵하는게 민자당으로서는 더 나을지도 모른다.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도 지키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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