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부가 깜짝놀랐다. 월요일인 23일 아침 출근한 직원들은 홍순영차관이 박건우차관으로 바뀌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한결같이 「SURPRISED」라는 반응이었다. 외교관들이 사용하기를 꺼리는 이 단어는 「불시에, 예기치 않은 일로, 허를 찔려 당황스럽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홍차관은 이날 정시에 출근했다. 부재중인 장관을 대리해 간단한 회의를 끝내고 상오로 예정된 공식일정을 점검하고 있었다. 장기호대변인이 이때 『청와대에서 차관인사가 발표됐다』며 『후임자도 발표된 것 같다』고 전달했다. 홍차관은 깜짝 놀랐다. 『다시 알아보라』고 말했다. 장대변인은 언론사로 전화를 걸어 사실여부를 확인했다.
대변인의 확인을 받은 차관은 곧장 동남아를 순방중인 한승주외무장관에게 전화를 했다. 한장관도 깜짝 놀랐다. 서로 할 말이 있을 수 없었다.
신임 박차관은 더욱 깜짝 놀랐다. 23일 아침 월드컵유치위원회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었는데 청와대로부터 긴급한 전화가 왔다는 것이었다. 청와대는 『축하한다. 발령이 났다. 오늘 하오에 임명장 수여가 있으니 들어오라』는 것이었다. 『무슨 얘기냐』고 물을 틈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때가 상오 9시5분, 인사내용이 발표되기 시작한지 5분후였다.
장관부재중에 「장관대리」직을 맡고 있던 홍차관과 당일 각종 약속을 했던 국내외 외교관계자들은 그 약속이 돌연 취소된다는 차관실의 연락을 받고 역시 깜짝 놀랐다.
외무부 전체가 깜짝 놀란 것은 그로부터 불과 10여분 뒤의 일이었다. 외무부는 차관 이취임식을 장관부재중에 할것이냐를 싸고 1시간이상의 대책회의를 가졌다. 그동안 장관이 불참한 「차관들 끼리의 이취임식」은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장관부재중에 이뤄졌다. 홍차관의 환송을 받고 출국했던 한장관은 25일 공항에서 박차관의 환영을 받게 될 것이다.
이번주중에 하겠다고 발표했던 차관 인사를 월요일 아침에 대뜸 해치워 버림으로써 청와대는 또 한번의 「깜짝 쇼」를 절묘하게 성공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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