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진통을 겪었던 우루과이 라운드의 타결 이후 우리 경제의 장래에 대해서 일련의 긴장감을 느껴보며 아울러 태풍일과후의 허탈감과 무엇인가의 낙착감과도 같은 분위기마저 감돌고 있다. 회임기간이 길었던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이 어떤 형태로든 종결을 보게 되면서 긴장감과 아울러 심기일전해서 그에 대응해 나가면 경제의 활로가 열리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교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 이후에 여러가지 형태의 뉴 라운드가 연쇄적으로 제기되어 우리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최근 세간에 깊은 관심을 자아내게 하고 있는 환경라운드(GR) 노동라운드(BR) 기술라운드(TR) 경쟁라운드(CR) 등이 그것이다. 앞으로 이밖에 측면을 달리한 또 다른 뉴 라운드들이 등장하게 될 것으로도 예상된다.
예상되는 여러가지 형태의 뉴 라운드는 한 마디로 묶어서 말하자면 각각의 측면에서의 조건과 정책의 국제적 표준화를 뜻하는 것이다. 국제교역에 참입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환경조건, 근로조건, 기술조건, 경쟁조건등 그리고 각각에 관련되는 국내정책 범위등에 관해서 입법과 제도를 통한 공통적 표준화가 국제적으로 요구될 것이다.
표준화란 일정한 기준에 의해서 그 척도가 주어지는 것이다. 국가에 따라서 각각의 조건은 주어진 기준에 대해서 우렬의 차이가 있을 것이고, 세부조건들은 일정한 기준을 중심으로 그에 대한 영결 즉 충족여부에 따른 격차가 있게 마련일 것이다. 국가에 따라 어떤 조건은 그 기준을 충족하고 남음이 있을 수도, 어떤 조건은 전혀 충족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경제발전단계·기술발전단계·경쟁력 격차에 불구하고 선진국 조건에 접근하도록 상향표준화될 공산이 크다는 데에 있다. 실제 협상에 들어가면 물론 국가에 따른 적용시기의 유예, 조건 완화등의 문제가 논의될 것이나, 어쨌든 일반적 지향은 상향표준화일 것만은 틀림없을 것이다. 국제관계에 있어서의 상호주의의 보편화는 이러한 경향을 더욱 불가피하게 할 것이다.
우리의 경우 여러가지 형태의 뉴 라운드에 대해서, 예상되는 표준화 조건에 우리의 조건이 얼마만큼 접근하고 있는지를 검증·측정하는 작업을 서둘러야만 할 것이다. 검증을 해보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제도나 조건이 예상되는 표준화 조건에 상당히 접근되어 있는 부문도, 현저하게 거리가 있는 부문도 발견될 것이다. 미흡한 부문에 대해서는 제도정비·필요인력 훈련·연구개발 확대등 필요한 제 조치의 조속한 강구가 요망된다.
이러한 조치의 강구가 요망되는 것은 개방화·국제화시대의 국제적 동향에 부응해 나갈 수밖에 없다는 의무적 감각에서도 그러하려니와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여러 형태의 뉴 라운드에서 요구될 사항들은 상당한 부분이 우리의 즉각적인 대응능력에 비추어 보면 감내하기 어려운 것들일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 나가야 할 당위적 과제들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적절한 대응조치 강구의 축적은 닥쳐올 뉴 라운드협상의 충격을 그만큼 완화해 줄 것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고, 일면 정부·기업·국민 모두가 국제적 표준화시대에 대비한 훈련을 쌓게 하며 이를 체질화해 나가는 결과를 얻게 할 것으로 믿는다.
물론 여러 가지 형태의 뉴 라운드는 금·명년에 바로 해결해야 되는 것들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위에 예시한 여러 가지 뉴 라운드는 많은 것들이 2∼3년 안에는 제기되기 시작할 것이고 늦어도 10년 안에는 반드시 제기될 문제들이다. 어찌 보면 다소 여유가 있는 듯하게 보이는 이 문제를 제기해 본 것은 다름아니라 우루과이 라운드의 교훈 때문이다.
90년대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90년대 중의 개방화·국제화시대의 전개와 자유무역체제의 확립 그리고 시장개방의 완료등이 예고되어 있었다. 세계 대부분의 저명한 예측기관들이 공통적으로 이를 예고했었고 우리 역시 그 인식은 충분히 하고 있었던 터이다.
다만 이에 대한 실천적 대비가 지연되었던 데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정부의 규제도 있었지만 세제·금융·행정지원이 지속되었으며, 아직도 관세·비관세 장벽이 통용될 수 있는등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 이전적 국제무역환경과 관행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랬던 만큼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에 따른 충격은 확산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우루과이 라운드 충격에서 얻은 교훈은 뉴 라운드 대비과정에서 정부·기업을 비롯해서 국민이 아울러 깊이 유념해야만 할 것이다. 국제적 표준화에 대한 적응능력의 확보는 장차 국제경제사회에서 경쟁력의 강약을 결정하는 대전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정신문화연구원장>정신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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