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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일깨우고 어루만지는 언론/김성곤 서울대교수·영문학(나의지면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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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일깨우고 어루만지는 언론/김성곤 서울대교수·영문학(나의지면평)

입력
1994.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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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5·18기념일 좀더 심층보도 했었으면/아픈 역사도 국민적 반성통해 거듭나게 지난주에 있었던 3가지 중요한 행사는 「스승의 날」과 「석가탄신일」, 「5·18 광주항쟁기념일」이었다. 하필 스승의 날인 일요일이 휴간이어서 그랬는지 한국일보는 16일자 신문에 정부 표창을 받는 교사들의 명단을 게재했을 뿐 스승의 날에 대한 기사를 별로 싣지 않았다. 명단과 더불어 스승의 날에 대한 기획기사를 함께 실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18일은 14년전인 80년에도 그랬던 것처럼 석가탄신일과 광주항쟁기념일이 겹친 특별한 날이었다. 그렇다면 석탄일이나 광주항쟁 중 하나가 사회면의 톱기사로 오를만 했는데 18·19일자 한국일보 사회면 톱은 각각 「토초세법 일부조항 위헌여부」와 「농안법 수사」에 관한 것이었다. 물론 어느 기사를 가장 비중있게 다룰 것인지는 편집권에 속하는 문제로 편집회의에서 전문가들이 결정할 사항이다. 그럼에도 석가탄신일이나 5·18광주항쟁이 소홀하게 취급된데 대해선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일보는 그래도 「5·18 전야 전국서 집회」(18일자), 「5·18 그날 되새기며」(19일자) 등 5·18광주항쟁에 대해선 꽤 많은 지면을 할애한 편이었다. 한쪽 구석에 조그맣게 광주기념식만을 다룬 신문도 있었다. 광주항쟁에 대한 심층적인 후속 기획기사가 없었던것은 차치하고라도 사설에서 조차 5·18문제를 다루지 않은 것은 한국언론의 책임회피라는 느낌이 들었다. 무려 14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는 5·18 광주항쟁에 대해 언론인들은 사설을 통해서나마 정부와 국민의 반성을 촉구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문과 방송 이외에는 별다른 언로를 갖고 있지 못한 한국의 독자들과 시청자들에게 언론은 막중한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 신문이나 방송이 연일 톱뉴스로 다루는 사안에 대해선 비록 그것이 의미 없는 사건일지라도 국민들은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언론이 보도를 중지하면 아무리 중요한 사안이라도 삽시간에 잊어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한국인들은 어떤 것을 오래 기억하지 않고 편리하게 망각해 버리는 습성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예전의 정치가들은 정치적 위기가 닥칠 때마다 국민들의 주의를 교란시키기 위해 새로운 뉴스를 터뜨렸고 언론은 거기에 협조했으며 독자들 역시 새로 터져나온 사건에 함몰돼 바로 전의 과거를 까마득하게 잊곤 했다.

 설혹 국민들이 망각하고 있더라도 언론은 부단히 부당하게 묻혀진 과거를 일깨워 주어야 한다. 광주문제가 어떤 형태로든 매듭지어져야 할 우리 모두의 짐이자 악몽이라면 적당히 넘기려 하지말고 정면으로 부딪쳐 해결하고 청산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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