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크리스토퍼 미국무장관은 그 자신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겠지만 이번주 나흘간의 다마스쿠스와 예루살렘 왕복외교에서 역시 협상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이번의 모험에서 그가 노린 초점은 특정한 문제에 대해 협상을 약속한 오랜 적대관계의 이스라엘과 시리아를 친밀하게 해주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그가 벌이고 있는 일에 시간을 더 할애하는게 정당한가를 가늠해보기 위한 것이었다. 놀랄 일은 아니지만 크리스토퍼는 이번에 이스라엘, 시리아 양국이 외교관계 개설을 위해 융통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 미미한 정도지만 이같은 성과는 크리스토퍼가 빠른 시일내에 이 지역을 다시 방문할 명분을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이같은 성과를 미국외교의 성공사례로 꼽기는 부족하지만 한편으로 이것은 중재자로서 미국이 갖는 중요한 역할을 재차 인정해주었다. 두 나라가 서로 날카롭게 대립하고 의심하고 있는 현 단계에서 이들 스스로 해결하도록 내버려둔다면 그들의 의견차를 접근시키는 데만도 몇 광년(광년)을 헤아리는 긴 세월이 걸릴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이 외교적으로 할 일은 첫 양보를 받아내기까지 억지논리를 제거하고 협상과정에서 생기는 부수적인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하면서 어렵고 호전적인 관계를 부드러워지도록 만드는 일이다.
미국의 역할에 대한 신뢰와 힘을 기대하는 것은 이스라엘이나 시리아나 똑같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시리아측은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진전시켜야 한다.
이스라엘과 시리아간의 협상에서 주된 현안은 이스라엘이 골란고원의 얼마 만큼을, 얼마나 빨리 돌려줄 것인가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고원인 이 지역의 비무장지대화는 외교적 수완과 평화정착에 수반될 경제적인 문제등과 연계돼 있지만 그러나 난제를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외교의 진수다. 이같은 어려운 일을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집트와 이스라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간의 평화협약과정에서 보았듯이 협상에 앞서 심리적 분위기도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이스라엘과 시리아 양측은 평화를 이루기 위한 준비가 돼 있는 것인가. 일단 준비가 됐다고 한다면 앞으로의 과정에 남은 문제는 대부분이 기계적인 것들 뿐이다.【정리=박진렬LA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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