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부는 21일 베트남에서 발생한 「돌발사고」를 무마하느라 하루종일 법석을 떨었다. 베트남을 방문중이던 한승주외무장관이 레 둑 안 베트남국가주석을 예방한 자리에서 언급한 양국 과거사관련 발언이 한때 베트남에 대한 「사과」로 해석돼 국내에 알려지면서 적지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한장관은 레 둑 안주석에게 『과거 한·베트남 양국관계에 상처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군의 베트남전 참전을 의식한 한장관의 이같은 발언 자체는 과거의 예에 비추어 크게 달라진게 없었다. 지난 92년 한·베트남 수교당시에도 이상옥외무장관이 같은 수준의 언급을 한바 있다. 그런데 정작 한장관을 수행하고 있던 한 당국자의 「그럴듯한 포장」이 화근이 되고 말았다. 이 당국자는 한장관의 발언이 사과의 뜻이었다고 설명하면서 『이것이 바로 문민정부의 외교』라고까지 부연했던 것이다.
이렇게 베트남 하노이에서 시작된 장관발언의 파장이 뜻밖의 방향으로 튕겨나가자 서울의 외무부는 다급해졌다. 파장의 확산을 막기위해 나선 고위 당국자들로부터 『한장관 발언은 사과나 유감표명의 뜻이 아니었다』 『베트남에 사과할 이유가 없고 사과를 요청받은 바도 없다』 『베트남전 참전은 자유수호차원에서 정당한 것이었다』 『한국과 베트남사이의 과거는 한국과 일본의 과거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무마성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장관의 발언은 결국 예의를 갖추기 위해 나온 것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그 과정을 보면 실로 「긁어 부스럼」식이었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한국과 베트남 양국이 서로 과거상처를 치유하며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추구하고 있는 시점에서 어느쪽도 원하지 않던 「사과운운」이 돌출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언행이 가지는 외교적 의미를 항상 숙고해야 하는 직업외교관이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닌데도, 그것도 해석차원에서 엉뚱한 소리를 했다는 것은 중대한 실수로밖에 볼 수 없다. 한국 외교의 이러한 「아마추어성」이 행여 베트남 국민들에게 또다른 상처를 준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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