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극비자료·필름 러시아TV서 첫 방영/“모든 군사장비 제공하겠다” 약속/모와도 타진 북 패주하자 중공군개입 촉구요청/소,극도보안… 참전조종사 “수백명전사” 증언 러시아 최대 국영 TV 방송 오스탄키노는 21일 한국전쟁 발발 및 중국군 참전 내막에 관한 새 극비자료와 기록필름을 처음으로 방영했다. 오스탄키노방송은 오는 28일 2회분을 방영할 계획이다.
이날 공개된 자료들에 의하면 스탈린은 무력통일을 희망하는 김일성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1950년 3월 5일 모스크바별장에서 김과 비밀회동하고 남침준비에 대해 최초로 본격협의했다.
이때 처음으로 스탈린은 김의 한반도 무력통일 방침에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필요한 모든 군사장비를 제공키로 약속하는 한편 중국의 모택동과도 긴밀협의에 착수했다.
그간 김―스탈린 회동과 관련해 김의 소련 방문요청과 스탈린의 방문허용에 관한 문서는 보관돼 있으나 회동자체를 입증하는 물증은 스탈린 문서고와 당정치국 문서철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극도의 보안사항이었다. 그러나 회동후 두 사람간 오고간 비밀 전문들중 『지난번 회동에서 약속한 바와같이…』 또는 『전투장비가 약속대로 제때에 공급되고 있는데 대해 사의를 표한다』는 등의 표현을 볼때 회동이 있었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오스탄키노방송은 전쟁 발발 하루전인 6월 24일의 평화롭고 한가한 서울 모습을 비치면서 만일에 한국이 「북침」을 준비하고 있었다면 어떻게 이러한 광경이 가능하며 더구나 『북침이라면 남한군이 개전 3일만에 수도를 함락당했겠는가』라면서 북침설의 허구성을 지적했다. 이 방송은 또한 구소련시대의 모든 백과사전과 공식서류및 사료등에는 한국전쟁이 남한이 기습적으로 북한을 공격해 발발한 것으로 일률적으로 강조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스탈린이 50년 10월 6일 「필리포프」라는 가명으로 모택동에게 보낸 극비 전문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 전문에서 스탈린은 『북한군의 패주로 한반도 전황이 극히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면서 『만일 동서진영간 전쟁이 불가피하고 또 그 전쟁의 시발점이 한반도라면 지금이야말로 전쟁의 적기이다』라고 지적해 중공군의 참전을 강력히 촉구했다.
스탈린의 이같은 언급은 쿠바 핵위기보다 앞서 한반도에서 핵전을 포함한 대전위기가 실재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 방송은 분석했다.
3차대전을 불사한 스탈린의 중공군 참전요구에 대해 모는 적극 찬동의사를 표시하고 스탈린이 요청한 5, 6개 사단보다 훨씬 많은 9개사단을 1개월내에 파병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방송은 또 구소련은 소련군의 한국군 참전사실을 극도의 보안속에 감추었다면서 당시 상황을 입증키위해 이날 참전군인의 증언을 청취했다. 소련공군조종사로 미공군과 전투를 벌였던 세르게이 크라마렌코 예비역 공군소장은 증언에서 자신이 『1953년 최고훈장인 소련영웅훈장을 받았다』고 밝히고 그러나 공로내역은 「현역근무에서 수행한 공로를 인정하여」라는 간단한 내용으로만 돼있을뿐 언제, 어디서, 어떠한 공로를 세웠는지 전혀 기재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크라마렌코씨는 한국전에 참전, 소련 조종사 수백명이 전사했으며 많은 수훈자들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어떠한 관심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러시아 국방부 산하에는 수많은 참전군인협회가 있으며 심지어는 불명예로 물러난 아프간전쟁 참전용사조차 참전협회가 구성돼 있으나 한국전참전 군인들에게는 아직도 협회구성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정부는 지난해 가을 북침위주로 된 교과서 일부내용을 수정하여 북침부분은 전면 삭제하고 「양측의 군사적 충돌로 전쟁이 발발했으며 개전 3일만에 남한 수도 서울이 함락됐다」는 내용을 실음으로써 북한의 침략을 간접적으로 시인하는 쪽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
한편 보리스 옐친대통령은 수일후 러시아를 방문하는 김영삼대통령에게 한국전쟁에 관한 비밀 자료를 전달할 계획이다.【모스크바=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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