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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인하 집안싸움/유석기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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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인하 집안싸움/유석기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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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정유 계열주유소로부터 시작된 휘발유값 인하 경쟁 사태를 놓고 여론과 당국의 평가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소비자들은 내용이야 어쨌든 업계의 가격인하를 환영한다. 또 정유사가 값을 내리겠다는 데 당국이 왜 간섭이냐는 입장이다. 반면 상공자원부는 유가자유화를 앞둔 과도 조치로 도입한 연동제가 일부 업체의 「욕심」때문에 시행착오가 우려된다고 못마땅한 표정이다. 하지만 가격인하가 일단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어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시장경제의 원칙상 경쟁은 많을수록 좋다. 또 경쟁을 벌여 상품값이 떨어지면 더욱 바람직하다. 정부가 고시위반을 들어 유가에 참견하려는 것은 엉뚱한 규제를 통해 「권위」를 고수하려는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 유류가격의 현실을 보면 얘기는 다소 달라진다. 휘발유값은 지난 2월중순까지도 당국이 가격을 일일이 고시했다. 걸프전으로 국제원유가가 치솟자 석유기금을 써 인상충격을 줄이느라 법석을 떤 게 불과 3년전이다.

 정부는 규제완화의 대세속에서 97년께 수입개방을 포함한 전면적인 유가자유화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국내 정유업계가 수입개방후에도 살아남을 실력을 갖추려면 줄잡아 5조원이상 투자해야 할 것으로 분석한다. 쉘사같은 석유메이저는 연 매출규모가 1백조원을 훨씬 웃돈다. 반면 국내 정유사중 가장 큰 업체도 매출이 고작 5조원 남짓이다. 결국 이번 인하경쟁은 개방의 태풍이 몰아치는데 국내업체끼리 「제 꼬리 잘라먹기」식 싸움에 목을 맨 형국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상공부의 걱정이다.

 오랜 규제의 폐습때문인지 우리 경제에는 「자율화=가격인상」이란 등식이 당연시되고 있다. 연초 정재석부총리의 가격현실화 발언에 자극돼 물가가 치솟았다는 지적도 나올 정도다. 규제완화의 명분은 좋지만 현실여건상 부작용이 뻔히 보이는데 무작정 간섭만은 안된다고 고집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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