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자 늘자 수세입장서 선회/인권비화우려 「확대」는 피할듯 북한은 21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명의의 대남전통문을 보내 탈북 벌목공의 귀순문제에 대한 정면대응을 시작했다.
북한은 이에 앞서 탈북자문제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공식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모두 실무부처인 임업부 명의의 담화 및 성명형식이었으며 대상도 특정한 것이 아닌 간접대응의 자세를 보여왔다. 이번 전통문은 대남사업 총괄기구인 조평통의 이름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북한이 처음으로 우리측을 직접 지목, 위협과 경고를 함으로써 본격적인 맞대응 자세를 보였고 우리측이 즉각 이에 대해 반박논평을 발표, 탈북 벌목공문제가 남북한간의 쟁점이 됐다는데 의미가 있다.
북한은 전통문을 통해 벌목공의 귀순을 「납치행위」로 규정, 『이산가족을 증폭시키는 범죄행위』라고 수위높게 비난하고 상응한 조치로 「엄중한 후과」가 있을 것이라며 보복조치를 시사하고 있다.
우리측으로서는 북한이 앞으로 벌목공문제의 여파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올 것인지, 피해를 최소화하는 소극적인 현상유지책으로 나올 것인지에 대응의 초점을 모으고 있다.
정부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번 전통문은 우회적인 대응을 하던 북한당국이 처음으로 「정공법」으로 나왔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북한의 대응조치가 어느 수준까지 갈지 예측할 수는 없으나 해외근로자등 우리측 인사를 보복납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측이 이같은 적극적인 보복행위를 할 경우 탈북자문제가 국제적인 현안으로 부각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북한이 벌목공문제를 이처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지난 18일 최정남씨등 5명의 귀순을 전후해 정부는 북한측 반응을 여러 각도로 검토했으나 북한이 탈북자문제의 여파를 확대시키기 보다는 애써 무시하고 축소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는데 의견을 모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달 9일 임업부 명의의 담화문을 발표, 『벌목공의 향후 한국송환을 불순한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된 납치로 인정, 즉시 상응한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2일에도 임업부 성명을 통해 『민족적 수치를 자아내는 도발행위를 계속한다면 후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경고를 거듭했다. 북한은 이와 함께 최근 미전향장기수들의 송환을 요구하는 「북한식 인도주의 공세」를 강화하면서 탈북자문제로 손상된 체면의 수지를 맞추려 해왔다.
이같은 공세는 어디까지나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대응방법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핵문제등으로 국제적인 고립과 수세에 몰려 있는 입장에서 탈북자문제가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등 국제기구로 무대를 옮겨 국제적인 인권문제로 비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는게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북한의 이같은 자세는 우리측으로 귀순하는 탈북자들이 소수에 국한되고 독일통일 때와 같은 체제붕괴의 전주곡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은 현재 러시아공화국 뿐 아니라 기타 독립국연합(CIS) 공화국들, 중동·동남아·아프리카등지에 노동력송출을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는데 이들 노동력의 인권문제가 전면적인 현안으로 부각되는 것을 감당할 수 없다는 수세적 입장에 있다. 우리 정부가 탈북 벌목공의 귀순문제가 부각되는 것을 극구 회피하고 있는 것도 북한을 자극하지 않은채 송환을 용이하게 실현시키려는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북한이 이번에 전통문을 통해 경고의 수준을 강화한 것은 지난 20일 벌목공 장일운씨가 추가로 밀항해 들어오는등 예상 외로 귀순자수가 늘어날 조짐을 보이자 서둘러 내놓은 미봉책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번 전통문은 특정수신인 없이 조평통 서기국이 통일원에 보내는 기관대 기관의 형식을 취했는데 이같은 전통문 양식은 전례가 없는 일이며 문맥상 앞뒤가 맞지 않는등 급히 작성한 흔적이 역력하다는 지적도 있다.
벌목공 귀순의 여파가 확대되든, 현상유지가 되든지간에 경색된 남북관계가 더욱 얼어붙을 것이라는 사실 만큼은 틀림없을 것 같다. 【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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