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에서 서울까지 출퇴근하면서 「짐짝」취급을 당하는 「지옥철」에 시달리는 것도 억울한데 이 무슨 난리냐』 오류전철역 화물열차 탈선전복사고로 퇴근전쟁을 치르던 시민들이 쏟아낸 대표적인 불만이다. 19일 하오6시부터 20일 자정 넘어까지 영등포역과 구로역 신도림역 일대는 요란한 호루라기소리와 수십만 시민들의 고함소리가 뒤섞여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하루 70여만명이 이용하는 전철 경인선에서 50년대식 화물열차가 일으킨 사고의 여파는 그 시대의 피란행렬을 연상시켰다.
사고가 나자 버스나 택시를 타고 귀가할 수밖에 없는 인천 부천등지의 시민들은 영등포역등 각 전철역앞 도로 차도에서 버스를 잡기 위해 아우성을 쳤다. 40∼50분간격으로 오는 버스를 기다리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시민들은 처음에 짜증스러운 표정만 짓다가 3∼4시간이 지나도록 버스에 접근조차 할 수 없게 되자 울분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사고난지 4시간이 넘도록 긴급버스 운행이나 안내방송조차 않고 무턱대고 시민들을 정거장에 몰려들게 만든 당국의 무대책이야말로 복지불동이다』
20일 출근길에도 사고여파에 따른 불편이 계속되고 사고원인이 낡은 차량에 있다는 보도를 접한 시민들의 분노의 목소리는 더 높아졌다. 『철도청이 나사가 빠졌다』 『수십만명이 이용하는 철로에 낡은 화차를 운행한 것은 사고가 몰고올 엄청난 파문을 생각해 보지도 않은 무사안일 행정이다』고 성토했다.
「이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라는 수수께끼의 해답은 사고원인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복구가 급해 조사하지 못했다』는 철도당국의 퉁명스런 대답에서 엿보였다.
「국민의 발」 철도의 병이 너무 깊다. 하드웨어가 그렇고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다. 하드웨어가 병든데는 정부의 턱없이 부족한 예산지원에도 원인이 있다. 총체적인 원인에서 발병한 이 병을 치유하지 않으면 사고의 확대재생산은 불을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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