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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졸부인가/이종구 국제부장(데스크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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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졸부인가/이종구 국제부장(데스크 진단)

입력
1994.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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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대접을 받고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우리는 다음의 최근 뉴스 하나를 주의깊게 봐야 한다. 우리는 외국인이 한국에 오면 으레 한국에 대한 인상을 제일 먼저 물어본다. 질문의 저변에는 긍정적인 답변이 나오리라는 기대를 당연히 깔고서. 그만큼 우리는 우리가 성취해온 것에 대한 대견한 자긍심이랄까 자랑을 은연중 갖고 있다. 그 외신의 내용은 이런 우리의 대견한 자긍심을 한순간에 휴지조각처럼 구겨 가차없이 뭉개버리는 것이었다.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위상에 대한 냉정한 가늠자였다. 

 지난달 30일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은 미국 갤럽여론조사기관을 통해 미 일 영 불 독등 선진 5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세계 31개 국가중 신뢰할수 있는 국가 5개를 선택하도록 한 조사에서 영국과 프랑스 국민들은 한국과 북한을 28번째와 27번째 신뢰할 수 있는 국가로 꼽았다. 독일도 엇비슷했다. 우리의 맹방이라고 불리는 미국 국민들은 몇번째로 꼽았을까. 그들도 한국을 22번째 북한을 27번째로 꼽았다.

 한국이 보통나라인가.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냈고,올림픽을 개최했으며,자동차와 배 가전제품을 만들어 세계 곳곳에 수출해 연간 무역거래액이 세계 13위에 랭크되는 나라, 문민정부 출범으로 경제도약과 민주주의를 한꺼번에 성취시킨 모범국가가 아니던가.

 국가의 신뢰도가 꼴찌에서 맴도는것은 그렇다치고, 핵확산금지조약 탈퇴이후 지루하게 핵게임을 벌여와 국제사회가 등을 돌리는 북한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같은 수준으로 대접받고 있다니. 그런데 찬찬히 생각해보니 무작정 분통을 터트리고 허탈해 할만한 것도 아님을 깨닫게 된다. 사실 와이어를 타고 들어오는 외신을 냉정하게 살펴보면 국제사회가 우리를 어느정도로 보고 있는가를 대강 가늠할수 있다.

 와이어(통신 서비스)는 24시간 내내 엄청난 양의 뉴스를 쏟아내는데 서울발 뉴스는 극히 미미하다. 뉴스의 양이 미미한것뿐만 아니라 우리에 관한 뉴스의 질도 좋지가 않다. 서방언론에는 물론 동양 깔보기의 독특한 시각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은 뉴스의 양과 질에서 푸대접을 받고 있다. 한국에 대한 외신의 대접은 필리핀만도 못하다. 필리핀 사람들은 돈벌려고 우리나라에 와 불법체류까지 하는데….

 왜 이 정도로 대접을 받을까. 대답은 아주 간단하다. 국제사회가 한국을 품격있는 나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꼭 집어 말하자면 부지런해 돈은 벌었으되 품격은 갖추지 않은 「강남의 졸부」정도로 보고 있는것이다. 싫어도 이 사실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그렇게 대접받는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탓이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이 개발도상 15개국에 대한 조사에서 한국의 국제화 수준과 정부경쟁력은 나란히 9위로 처져 있다. 싱가포르 대만 홍콩 말레이시아등의 꽁무니를 열심히 따라가고 있는 셈이다. 이런 현실을 우리는 역시 싫어도 인정해야 한다.

 우리의 위상과 품격은 다른 나라가 만들어 주는것은 아니다. 우리가 만드는것이다. 량이 질을 변화 못시키는것이 품격이라고 한다. 품격을 높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체는 사람의 질을 높이는것이다. 대통령에서부터 정치지도자 공직자 기업인 문화인, 그리고 국민 모두가 품격의 국제경쟁력을 갖도록 더욱 분발해야 한다. 한국의 국가신뢰도가 지금 형편없게 비쳐진다는것, 우리의 미래를 위한 「쓴약」이 될듯도 하다. 이제부터라도 나라의 품격에 대해 관심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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