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간 신경전… 새국면모색 북한의 핵연료봉 교체가 미묘한 신경전의 양상으로 치닫고있다. 북한은 지난 12일 이미 연료봉교체작업에 착수했음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통보했다. IAEA는『북한이 연료봉을 자의로 교체해 「핵안전협정에 따른 활동」을 불가능하게 했다면 유엔의 제재를 위한 보고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제한뒤 지난 18일 평양에 사찰팀을 입북시켰다.
한미양국은 『북한이 연료봉교체를 시작한 것은 용인될 수있으나 IAEA가 이번 사찰을 통해 북핵상황을 판단할수 없는 수준까지 교체작업이 진행됐다면 용서할수 없다』는 방침아래 그 「판단의 선」은 전적으로 IAEA의 몫이라고 보고있다. 즉 기술적인 상황으로 인한 교체의 불가피성은 이해할 수있지만 북한이 「IAEA의 사찰을 방해하려는 의도」를 갖고 교체를 시작하고 또 진행시켜나간다면 더이상의 협상이나 사찰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동남아를 순방중인 한승주외무장관도 『현재의 상황은 위험한 선을 넘어선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 며칠간의 진행여부가 대화냐 제재냐의 갈림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한 당국자도 『8천여개의 연료봉중 현재 1백여개 정도의 연료봉이 교체된 것으로 알고있다』면서 『그나마 IAEA가 필요로하는 부분은 손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그「선」을 넘어서지않았음을 시사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녕변의 IAEA사찰팀은 『북한이 이미 연료봉교체작업을 시작했음을 확인했다』는 1차보고서를 빈의 IAEA본부에 알려왔다.IAEA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더이상 교체작업이 진행될 경우 과거의 핵물질 전용여부를 밝히는데 필요한 핵안전조치를 취할수있는 가능성을 위태롭게 할 것이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연료봉 교체가「위험한 선」을 넘었는지의 판단은 유보된채 다시 새로운 논의의 장으로 돌아간 것이다.
IAEA는 이러한 판단아래 연료봉교체와 관련한 안전조치의 협의를 위해 관계자들을 즉각 평양에 파견하겠다고 제의했다. 사찰팀과는 별도의「연료봉 협상팀」문제는 이미 양측간에 협의가 진행중이던 사안이었다. 다만 IAEA측이 본부가 있는 빈에서 협상을 하자고 한데 반해 북한은 녕변과 가까운 곳에서 협의를 갖자고해서 합의가 유보된 상태였다. 따라서 이번에 IAEA가 평양으로 별도의 협상팀을 보내겠다고 「양보」하고 나섰기 때문에 이 협상은 조만간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양국은 북한이 이 협상이 진행중인 상황에서는 더이상의 위험을 안으려하지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연료봉 교체자체가 북한이 북미협상에서 별도의 카드를 한장 더 얻자는 의도인 만큼 이를 손쉽게 방기할 경우 그 대신 얻을 수있는 「당근」이 없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현재 진행중인 IAEA의 사찰이 며칠내에 끝나더라도 IAEA, 혹은 미국과의 협상테이블을 계속 유지하려 들 것이다. 즉 8천여개의 연료봉을 교체하는데 걸리는 2개월여의 시한동안 협상의 한쪽고삐를 쥐고있겠다는 의도로 보고있다.
결국 북한의 핵연료봉교체를 둘러싼 북―미, 혹은 북―IAEA간의 신경전은 새로운 협상으로 자리를 옮겨잡게 될 전망이다. 또 그러한 신경전은 이번 IAEA사찰팀의 조사결과가 IAEA본부에 보고되고, 이를 근거로 한 IAEA의 논의결과가 유엔에 보고되는 이달말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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