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1개사만 설립가능/자동차사 우선허용… 내구재제조업 확대/사채 자기자본의 10배까지 발행 “큰이권” 소비자금융의 꽃이랄 수 있는 할부금융을 전담하는 할부금융회사의 설립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전통적으로 「소비자」보다는 「생산자」를 중시하는 금융풍토에서 이례적으로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완화 조치덕분에 할부금융사가 빛을 보게 됐으나 아직도 해결해야 할 몇가지 과제를 남겨놓고 있는 것이다. 할부사의 기본적인 골격은 윤곽이 잡혔다. 신용카드업법상으로는 자본금이 2백억원이상이면 허가대상이 되도록 규정해놓고 있다. 그러나 재무부는 기존의 금융회사 외에 제조업체 가운데는 내구소비재 생산업체에만 할부사를 허용한다는 방침을 세워 놓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 가전제품 컴퓨터 가구 사무자동화(OA)기기등의 생산업체들이 자격을 갖게 되는 셈이다. 계열사가 많은 재벌그룹에는 복수설립을 금지, 그룹을 통틀어 1개사만 설립할 수 있게 된다. 재벌그룹이 자동차와 전자회사를 동시에 갖고 있더라도 할부사는 2개가 아니라 1개만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할부사는 자기자본의 10배까지 회사채를 발행, 풍부한 자금을 조성할 수 있다. 자기자본이 1천억원이면 1조원의 자금을 만들어 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할부사는 할부금융에 관한한 「작은 은행」이고 너도나도 기회가 닿으면 할부사를 따내려고 하는 것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중에서 미묘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경기가 본격적인 확장국면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할부금융의 활성화는 소비자들이 지갑에 가진 돈이 없더라도 외상으로 물건을 살 수 있도록 소비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생산자에게 빌려주는 게 팩토링이다)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수요를 촉발하는 효과를 낸다. 경기를 회복시켜야 할 국면이라면 몰라도 경기가 과열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시점에서 소비자들의 외상구입 길을 넓혀 과소비를 부채질하기에는 적지 않은 위험이나 부담이 있다. 그렇다고 규제완화의 커다란 흐름속에서 진행되는 금융산업의 새로운 영역발전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면허용이나 전면금지가 지니는 취약점을 벗어나기 위해 재무부는 첫 출발단계에서는 일단 업종제한을 더욱 엄격히 둬 과소비유발이라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할부사라는 금융형태는 새로 도입하는 대안을 택할 전망이다. 앞다퉈 할부사를 설립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자동차 가전제품 컴퓨터 가구 OA기기 업체 가운데 자동차만을 일차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왜냐하면 자동차는 이미 생산업체들이 안고 있는 할부채권이 6조9천억원에 달해 할부사를 허용하더라도 새로운 수요를 만들기보다 기존 수요를 대체하는 효과에 그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나머지 업체들은 2단계에 가서 허용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과제는 미국의 강력한 항의반위협반의 반발이다. 미국은 포드자동차의 간부가 직접 정부를 방문, 미국업체도 한국업체와 마찬가지로 동등대우를 해줄 것을 요구했다. 정부는 이를 부분 수용, 올해중으로 미국자동차회사가 국내에 할부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단독투자는 불허하고 합작투자(미국측 지분율 49%)만 가능토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이면 미국자동차가 국내에서 할부로 팔릴 수 있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재무부는 할부사의 정식 허용시기를 아직 확정짓지는 않고 있다. 어떤 경우이든 할부사가 과소비를 촉발하는 부작용에 대해 세세한 보완장치가 마련될 전망이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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