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는 한국어 통역료가 제일 비싸다. 일본어나 영어의 하루 통역료는 30달러 내외인데 비해 한국어 통역료는 50∼1백달러나 된다. 1천여명에 이르는 북한유학생 출신, 일부 라이 따이한등 한국어 통역을 할 수 있는 베트남인들이 일본어나 영어 통역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수보다 상대적으로 많은데도 통역료는 오히려 더 비싸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이까짓 통역료쯤이야』라는 생각에서 팁까지 듬뿍 주는 바람에 생겨난 현상이다. 더욱이 스스로 한국어 통역원을 찾기 보다는 이미 다른 한국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통역원을 웃돈까지 주면서 빼오는 일들도 통역료를 올리고 있는 원인이다.
지금은 은퇴한 모 국영기업 회장이 베트남을 방문해 보통 통역원들의 한달 봉급에 가까운 5백달러를 하루 통역료로 주었던 일은 베트남에서 한국인의 대표적 「돈자랑」으로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4월말 하노이의 한 술집에서는 대기업인 P사 직원들이 술에 취해 여자종업원에게 돈을 집어 던지다 베트남인에게 뺨을 맞고 여자종업원들로부터 욕을 먹는등 창피를 당하기도 했다.
베트남 정부가 지난해 발주한 한 공사 입찰에서는 실적 쌓기에 급급한 한국의 3개 대기업이 덤핑에 들어가 결국 제일 낮은 가격으로 수주를 받는등 정말로 실속을 차려야할 때는 과당경쟁으로 스스로 손해를 자초하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일이다.
물론 실적을 강요하는 본사의 압력, 각국 기업들과 각축전을 벌여야 하는 베트남시장에서의 고된 일과, 이국의 땅에서 느끼는 외로움등 현지진출업체 직원들이 겪는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인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인상을 베트남 땅에 심고 장기적인 국가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는 행동 하나 하나에 신중을 기하고 단결된 한국인들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하노이=황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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