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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시 골동품거리 「함니가」/월남전 용품 등 “고물 집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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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시 골동품거리 「함니가」/월남전 용품 등 “고물 집합장”

입력
1994.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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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중 군표」 부르는게 값… 한국군 기념배지도 인기품목호치민시 벤탄시장에서 사이공강쪽으로 뻗은 함니가 뒤쪽 레 콩 키우거리에는 온갖 골동품이 모여있다. 돌도끼 돌창 돌화살에서부터 불상과 도자기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이 곳에 오는 외국인치고 도자기나 불상에 관심을 두는 이는 별로 없다. 가짜가 많기 때문이다. 1975년 통일전 도자기 판매 전문거리였던 이곳은 공산화이후 사실상 폐장됐다가 85년부터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구식 자동차나 타이프라이터등 고물도 눈에 뛰지만 월남전 당시 미군과 한국군인들이 사용하던 물건들이나 20세기초에 생산된 가전제품, 희귀우표나 화폐등이야말로 이곳만의 「특산품」이다.

 파월한국군 관련 기념품도 많다. 「주월사 창설 제5주년 (1970년 9월 25일)」 「국제군인체육대회 극동지역친선대회」 「축 개선 주월한국군 증 주월군사령관 육군중장 이세호」라고 적힌 기념패들과 「백발백중」이라는 글귀가 있는 배지등이다. 가격은 작은게 50달러, 큰 기념패는 1백달러에 이른다.

 한 노점상에 진열돼 있는 우리나라 육군의 인식표에는「KA 11966653 백성수 육군 B」라는 글자가 아직도 뚜렷하다.

 이 인식표의 주인이 생존했는지 아니면 사망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인식표는 원래 주인과 생사를 같이하는 법이어서 쓸쓸한 기분을 들게 했다.

 이곳 베트남인들이 물불 가리지 않고 수집에 혈안이 된 품목은 월남전 당시 군인들에게 현금 대신 지급됐던 「군표」이다.

 전쟁중에 현금처럼 사용됐던 이 군표는 희귀품목이어서 부르는게 값이다. 최소 4백달러에서 7백달러까지 거래된다.

 레 콩 키우거리에서 승용차로 5분쯤 떨어진 웬 롱 추거리에는 단 신 시장이 있다. 이곳은 오래전부터 전쟁물자를 파는 곳으로 유명한데 이제는 유사품만 나돌고 진품을 구하기는 힘들다.

 미군파일럿의 조종복 헬멧 군용삽 무전기 군화 배지 나이프 무좀방지파우더 우의 배낭 나침반 침낭 등 수백가지의 군용품이 즐비하다. 하지만 진품은 드물다.

 이곳에는 미군들이 쓰던 지포라이터가 많다. 겉에는 전쟁에 참가한 장병들의 복잡다단한 감정을 표현한 글귀가 적혀있다.

 「전쟁은 지옥같다. 하지만 베트콩과의 전투는 지옥보다 더하다」 「신은 아내에 대한 나의 사랑보다 더 위대한 것을 창조하지 못했다」 「당신은 일생에 두번 산다. 한번은 태어났을 때이고 두번째는 당신의 얼굴에 죽음의 그림자가 덮칠 때이다」 등이다. 이제 베트남에는 전쟁의 아픈 기억과 상처도 한낱 상품으로 거래되고 있다.【호치민=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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