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안방서… 화재 위장한듯/“사고직전 싸우는 소리”… 원한관계 수사/최근 협박전화도 자주 걸려와 백억원대 재산가인 대한한약협회 서울지부장 박순태씨(47·고려한약유통공사 대표이사) 부부가 흉기로 온몸을 난자당하고 불에 타 살해당했다.
19일 상오1시20분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 60의 1 박씨 집 지하층 안방에서 불이 나 박씨와 부인 조순희씨(43)는 숨지고 건넌방에서 잠자던 아들 한상씨(23)와 조카 이모군(13)만 탈출했다.
다리등에 화상을 입은 한상씨는 「펑」하는 소리가 나 문을 열어 보니 안방과 거실에 불길이 치솟아 급히 창문을 통해 마당으로 빠져 나왔다고 말했다. 불은 박씨 집 90평중 지하와 1,2층 40여평을 태우고 10여분만에 진화됐다.
박씨 부부의 시신은 진화된 뒤 안방에서 발견됐는데 검시 결과 박씨는 목가슴 얼굴등 34곳을, 조씨는 목 가슴등 27곳을 날카로운 흉기로 찔려 있었다.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생선회칼과 과도는 현장에서 발견됐다.
박씨는 폐부위를, 조씨는 목뒤를 깊이 찔린 것이 직접 사인이라는 검시결과에 따라 경찰은 누군가 박씨 부부를 살해한뒤 방화, 화재사고로 위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 가족은 한달전 도둑을 맞은뒤 20여일 전부터 1, 2층을 수리하며 평소 처제 부부가 살던 지하층에서 생활해오다 참변을 당했다. 이웃 주민들은 『새벽1시께 싸우는 소리가 들리더니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박씨 부부를 잔인하게 난자하고 불까지 지른 범행수법으로 미루어 원한에 의한 범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아들 박씨는 경찰에서 『최근 집으로 「너 혼자 잘 먹고 잘 살아라」는 협박전화가 자주 걸려왔고, 아버지가 구의동 빌딩의 권리금문제로 입주자들과 심하게 다퉜다』고 진술했다. 이런 정황등을 근거로 경찰은 내부구조를 잘 아는 2명 이상의 범행으로 보고있다. 경찰은 한약유통업계의 이해갈등으로 인한 범행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67년 S고교를 졸업한 박씨는 한의원종업원으로 일하다 70년 한약사시험에 합격, 74년 덕양한약방을 개업했고 84년 덕양약업사를 또 차렸다. 91년 충남 천안 고려한약유통공사 대표이사로도 취임한 박씨는 93년부터 대한한약협회 유통위원장을 맡아오다 지난 10일 한약협회 서울지부장으로 추대돼 업무 인수중이었다.
박씨는 시가15억원대의 자택외에 1만평짜리 과수원(천안·시가 50억원), 구의동 4층건물(시가 4억원), 경동시장 한약방(시가 4억원), 고려유통 주식(1억원)등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장학만·김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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