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우는 소설이 평범한 개인이 엮어내는 인상적 현실의 언어적 묘사라는 생각에 매우 충실한 작가이다. 이러한 면모는 최근작인 「안팎에서 길들여지기」(「문학과 사회」 여름호 수록)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소설의 줄거리는 30대 초반의 나이에 대학원에서 문학을 전공하며, 한편으로는 시도 쓰고 대학에 강의도 나가면서, 또 한편으로는 고등학생들의 과외지도를 하기도 하는 30대 초반의 주인공이 결혼이후 잠시 빌려 살고 있던 아파트의 주인인 처형내외가 돌아오게 됨에 따라 처가살이를 할 수밖에 없게된 형편에 이르러 이를 거부하고 집필실이라는 미명하에 허름한 사무실을 얻어 아내와 별거하고 혼자 지내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작의는 『집 안팎에서, 세상의 겉과 속에서 속물화되는 과정을 그리기』이다. 이 겉과 속의 변증법을 작가는 격자소설의 양식을 통해 구조화하고 있다.
「속물화」 혹은 작품 제목에 드러나 있는 것과 같은 「길들여지기」의 의미는 무엇인가? 작가는 이것이 「순응화」과정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거니와, 그것은 현대사회 속에서 개인의 삶이란 더이상 개인 자신의 의지와 실천을 기반과 수단으로 하는 모험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는 것, 어떤 차원에서의 삶이라도 그것은 이미 이루어진 질서에 스스로를 동화시키기를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라는 것,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거부하는 돈키호테적 저돌성에 대한 반대급부는 거의 사회적 낙제생에 다름없는 초라한 개인으로의 고립과 유폐뿐이라는 사실등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 작품의 의미적 얼개는 당당하고 떳떳한 개인, 가장, 사회인이기를 갈망하는 「촌놈」의 꿈과 어쩌면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소박한 것에 지나지않는 이러한 꿈의 실현을 가로막는 사회적·경제적·문화적 장벽의 대립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이 대립은 물과 기름처럼 서로 배척하는 정태적인 대립이 아니라 서로간에 어떤 식으로든 소통하면서 뒤섞이는데, 역설적인 것은 이 소통과 혼합이 오히려 그 대립의 골을 더욱 깊이 패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소설이 언어로 재구성된 일상적 현실이라고 한다면 「안팎에서 길들여지기」가 보여주고 있는 언어적 현실은 이중적인 의미에서 리얼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현실을 이루는 모든 구성 요소들은 그것이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차원에서 제아무리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라 하더라도 평범한 사람들의 수준에서 그것들은 다만 말로만 재생산되고 증폭될 뿐이다.
여기서 우리는 세상 모든 일들의 현실성과 구체성이 오히려 말이라는 지극히 비현실적이고 추상적인 현실 위에 수립되어 있는 것이라는 역설적인 사실에 부딪치게 된다. 현대사회의 현실 속에서 문학이 떠맡게된 또하나의 임무는 바로 이러한 역설적 사실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일 터이다.<권오농 문학평론가·한국교원대 불어교육과교수>권오농 문학평론가·한국교원대 불어교육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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