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김태수 농림수산부차관이 농안법개정과 관련해 한 주장은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우리 입법과정상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었다. 가뜩이나 여권내의 손발이 엇갈리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던 판에 『농안법에 중매인의 도매금지조항을 끼워넣은 것은 신재기의원의 독단』이라는 취지의 주장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물론 김차관의 발언은 하루만에 최인기장관의 사과로 귀착되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은 여전하다. 여권내의 의사결정과정이 좀더 공개적이고 입법과정이 자세하게 기록으로 남는등 투명성이 보장되었더라면 본질문제가 아닌 절차상의 문제를 가지고 책임공방을 벌이는 추태는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이다.
정치권은 농안법파동 수사과정에서 정치권로비설이 흘러나오자 『일만 터지면 정치인을 잡으러 드느냐』고 불평을 늘어 놓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정치권은 이같은 불평을 뒷받침할 마땅한 반박물증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그나마 이번의 경우는 민자당 당무회의에서 농안법개정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인 기록이 남아있었기에 망정이지 까딱 잘못했으면 정치권이 농안법파동의 책임을 뒤집어쓸 뻔했다. 지난해 여야합의로 농안법개정안이 통과됐을 때 국회속기록에는 아무런 토론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국회의 관행을 보면 법안심사의 경우 해당 상임위의 전체회의보다는 상임위소속 의원 5∼6명으로 구성하는 법안심사소위가 매우 중요하다. 전체회의는 소위에서 마련한 법안을 그냥 통과시키는게 고작이다. 의원들이 법안내용도 채 검토할 겨를이 없이 상임위를 통과한다는게 적절한 표현이다. 전체회의는 속기사가 의원들의 한마디 한마디를 기록에 남기지만 정작 중요한 법안소위의 활동에는 형식상의 회의록만 있을 뿐 기침소리까지 활자화시키는 속기록은 없다. 게다가 소위는 원활한 회의진행을 내세워 걸핏하면 비공개로 진행되곤 한다.
국회제도개선방안은 소위활동에도 반드시 속기록을 남기기로 의견접근이 돼있다. 투명한 입법과정을 위해 반드시 관철되어야 할 대목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