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자극 회피 「3국통로」 이용/러 입장 고려 탈출경위 비공개 시베리아 벌목장을 탈출한 북한 벌목노동자 5명이 18일 입국함으로써 탈출 벌목노동자중 귀순희망자 전원을 국내에 수용한다는 큰 흐름의 물꼬가 마침내 터졌다. 우선 이번에 5명의 귀순이 실현된 것은 4월14일 한·러 외무장관회담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러시아등과의 외교교섭이 2개월여만에 첫 성과를 올린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또 헌법정신과 인도주의적인 견지에서 전원수용방침으로 선회한 정부의 의지가 비교적 조기에 관철됨으로써 향후 계속될 벌목노동자의 국내수용과정에 있어 이번 경우가 중요한 선례가 될수 있을 것이다.
정부당국자들도 이 점에 대해 『외무부 현지공관 안기부등 관련부처의 협조체제가 완벽히 가동됐다』면서 『러시아측도 당초 합의된 인도주의적 차원의 협조원칙을 지켜주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벌목노동자의 귀순은 그동안 관례처럼 여겨졌던 「안기부의 비밀작업」과는 달리 범정부차원의 외교채널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번 벌목노동자의 한국행이 실현되기까지 가장 중요한 교섭 상대국이었던 러시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부당국자가 이에대해 『벌목노동자의 귀순은 러시아정부의 묵인 내지는 협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라고 밝히고 있는 것은 그동안의 막후 외교과정을 충분히 시사해 주고있다.
정부가 벌목노동자의 탈출경위, 입국경로등에 대해 「비공개 원칙」을 정한 것도 북한과의 갈등 증폭을 피하고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을 꺼리는 러시아의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아직 러시아및 독립국가연합(CIS)지역에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는 벌목노동자들의 신변안전과 앞으로의 후속대책을 마련하는데 있어서도 비공개원칙이 불가피하다는 판단도 크게 작용했다.
이와관련, 이번에 입국한 5명의 벌목노동자들은 그동안 알려진 바와는 달리 러시아로부터 거주허가를 받은 경우는 아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귀순직전의 거주지역도 러시아가 아니라 카자흐, 우즈베크등 여타 CIS지역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대해 정부의 당국자는 『러시아는 북한과 사법공조조약에 따른 범죄인인도협정이 체결돼 있지만 여타 CIS국가들은 북한과 그런 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즉 벌목노동자들을 국내에 수용하는데 있어 이번의 경우처럼 러시아가 아닌 카자흐나 우즈베크등 제3국을 경유하는 것이 외교적 마찰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당국자는 이와관련, 『러시아로부터 다른 CIS국가들로의 국경이동은 비교적 자유로우며 법적으로도 문제될 소지가 없다』고 말해 제3국 경유가 앞으로도 확립된 「루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렇게 볼때 벌목노동자 처리에 있어 정부의 외교노력은 러시아뿐만아니라 다른 CIS국가들로 다원화돼야 한다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즉 러시아측과 일대일 외교교섭만이 아니라 CIS국가등 제3국과의 공조가 필요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다변적인 외교교섭에는 북한의 방해공작이 파고들 여지도 많아 관련당사국들의 입장을 새롭게 고려해야 할 형편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북한 벌목노동자의 국내수용에 있어 「적법절차」를 거쳤음을 강조하고 있다.즉 관련당사국들의 국내법에 저촉되는 방법은 이번에도 또 앞으로도 사용하지 않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적법절차가 완전히 공개될 수 있을 만큼 「국제적 공감대」를 얻게 되기까지는 적지않은 시일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당국자가 『이번에는 오솔길을 찾아가며 왔지만 횟수가 거듭될수록 점차 기정사실화돼 마침내 탄탄대로가 될 것』이라고 말한 대목은 이번의 사례가 갖는 의미를 단적으로 설명해주고있다.【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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