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군지도자 구출나선 무인의 의와 사랑/빼어난문장·철저고증 「격조」유지 「사냥」, 「모래내 모래톱」등의 소설을 통해 서민의 중층적인 정서를 꼼꼼히 파헤쳐온 소설가 이병천씨(48)가 전통무예와 무인을 소재로 하는 특이한 새 소설을 펴냈다. 그의 장편소설 「마지막 조선검 은명기」(1부2권·문학동네간)는 일본 사무라이가 조선에 침투하고 조총이 신무기로 각광받기 시작하던 19세기 말, 조선검의 마지막 전수자인 은명기가 벌이는 의와 사랑의 이야기이다.
동학군 지도자인 김개남을 은명기가 구출하려 한다는 모티프의 이 소설은 조선무예에 대한 상세한 설명등이 무협지적인 요소를 강하게 풍기면서도 빼어난 문장과 철저한 고증으로 「격조」를 유지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우리 선조들이 고유의 「생활무예」로 중국무사의 뛰어난 무술과 일본 사무라이에 대항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팔방놀이, 투석전, 씨름, 닭싸움 등을 응용한 생활무예가 우리 무예의 근간이 됐는데, 한말 격동기에 일본 사무라이들이 조선에 들어오면서 조선무예의 전통이 끊겼다』고 말했다.
전주MBC 라디오방송 PD이기도 한 작가는 『엄청난 열기로 달아올랐던 동학군의 지도자가 잡혔을 때 부하들이 아무 일도 안했을까, 어려움을 당하는 백성들의 대응은 어떠한 것이었을까가 궁금했다. 이러한 이야기를 장편으로 풀어나가는데 무협지적인 요소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은명기는 조선 무위영 소속 구식군대 출신으로 임오군란에 참가했던 군졸이다. 그는 대장장이인 이원부를 우연히 만나면서 조선검, 즉 본국검의 세계를 깨닫는다.
조선무인이 즐겨 사용하는 검은 본디 찌르는 무기로 죄인을 이실직고케 한다든가, 남한테 무엇을 빼앗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므로 살상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반면 일본 무인들이 사용하는 검은 오직 살상이 그 목적이라는 것이다.
임오군란에 가담한 관계로 쫓기는 몸이 된 그는 당대 최고 무사인 김시풍으로부터 본국검을 전수받는다. 어린애들이 하는 팔방놀이, 제기차기를 통해 보법의 기본을 익힌다.
동학의 지도자인 손화중으로부터 『마지막 조선검』이란 격찬을 받은 은명기는 투옥된 김개남을 구출하고자 길을 떠난다. 백정 출신의 텁석부리 최대웅, 보부상 출신의 박시철을 만나 함께 거사하고자 하나 결국 실패하고 만다.
김개남은 정부군의 임병찬에게 참수당한다. 절망하던 은명기는 「농민군의 창의가 옳고 바름을 보여주기 위해」 임병찬을 제거할 것을 결심한다는 내용이다.
작가는 『나는 검도나 무술을 해본 적도 없고 이전에 무협에 관한 이야기를 쓴 적도 없다. 그러나 작품을 준비하면서 전통무술에 대해 알게 됐다. 앞으로 동학농민혁명이 의병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2, 3부로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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