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남매 서로 공부격려 함께 합격/교수아들둔 6순 할머니 “대입자격” 여러가지 사정으로 배움의 기회를 잃은 사람들에게 각종 검정고시는 희망의 등불이자 도약의 발판이다. 그래서 합격자들이 역경을 딛고 일어선 수험기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15개 시·도교육청이 16일 발표한 94년 제1회 고입·고졸검정고시도 예외는 아니다. 인천에서는 뇌성마비장애인이 고입검정시험에서 수석합격의 영예를 차지했다.
서울의 경우 고아남매가 나란히 고졸학력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한학을 공부해 온 댕기머리 총각은 고입자격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했다. 또 대학교수 아들을 둔 6순의 할머니는 고졸학력시험에 당당히 합격했다. 인천지역 고입검정고시에서 평균 94.2점으로 수석한 이재호군(16·인천 중구 신생동 28 현대빌라B동102호)은 뇌성마비로 오른팔과 양다리를 못쓰는 장애인이다. 이군은 3층에 있는 교실을 오르내리기 힘들어 지난해 송도중 2년을 중퇴하고 독학으로 검정고시준비를 해왔다. 서울에서 고졸검정고시에 합격한 김종렬군(22·서울 종로구 숭인2동 179)과 상미양(18) 남매는 전남보성이 고향으로 11년전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마저 재가하는 바람에 졸지에 고아가 돼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이들 남매는 먼저 상경한 미례양(19)을 따라 91년 서울에 올라와 공장등에 다니면서 주경야독으로 검정고시를 준비해왔다.
종렬군과 상미양은 이번에 합격했으나 미례양은 오는 8월에 재도전한다. 한편 23세때까지 한학을 공부해 온 댕기머리 총각 한재훈씨(24·서울 송파구 마천2동 이화빌리지 가동 402호)는 고입자격시험에서 평균 98.6점이라는 높은 점수로 수석합격했다. 지난해 6월「신학문」을 접한 지 3개월만에 중입검정고시에서 차석합격했던 한씨는『고졸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진학, 종교철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밝혔다.
서울의 고졸학력시험 최고령 합격자인 양금직할머니(61)는 맏아들이 대학교수이다. 양할머니는 89년 못배운 한을 풀기 위해 만학의 길에 나섰다. 오는 12월 환갑을 맞는 양할머니는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도 응시, 영문학도가 되고싶다』고 소녀처럼 웃었다.【최성욱·서의동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