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파견 중·하위직 공무원등 39명이 각종 비리에 연루돼 검찰에 적발됐다고 한다. 한마디로 창피스럽다. 엑스포가 어떤 행사였던가. 88올림픽 이래의 최대 국제행사였고, 1천3백여만명이나 관람한 국민축제적 성격마저 띤 한마당이었던 것이다. 나라체면이 걸린 그런 행사에서마저 과거와 다름없이 공직자들의 비리가 이처럼 창궐했다는 사실은 고질적 공직부정의 뿌리깊음을 새삼 드러내 보였다 하겠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번 비리가 각종 개혁과 성역없는 사정으로 상징되는 문민시대의 개막 초기에 시대정신이나 사회분위기마저 거스르면서 겁없이 저질러졌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검찰이 엑스포개최기간중 비리정보를 입수하고도 수사를 미룰 수밖에 없었을 것인가에 생각이 미치면 비록 개인적 비리규모는 크지 않다해도 죄질은 나쁘기 그지 없다 하겠다. 문민초기의 뜨거웠던 개혁기운을 무시했을뿐 아니라 나라체면이 걸린 행사임을 알고 오히려 역이용했다는 의심마저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엑스포행사중 비리정보를 입수하고도 체면과 혼란을 걱정해 수사착수를 미뤘다는 검찰의 자세에도 문제는 있다. 비리가 있으면 지체없이 수사·처벌하지 않고 이 눈치 저 명분에 휘둘려 지체·한계수사를 일삼는게 오히려 공직비리의 고질화를 방치하는 역효과를 가져왔을 수도 있는 것이다. 당장 이번 수사에서마저 행사의 체면을 고려, 비리대상을 중·하위직으로 제한한게 아니냐는 소리도 들린다고 한다. 왜냐하면 엑스포에 관계한 기업과 공직자중 중소기업이나 말단급 직원들만 걸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불만에도 불구하고 뒤늦게라도 엑스포비리를 이나마 적발해낸 것은 여러모로 다행스럽고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다. 먼저 서슬 푸른 윗물정화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실무자들의 구조적 비리는 여전했음이 이번 수사로 드러났기에, 개혁은 위에서뿐 아니라 아래에서도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는 과제를 설득력있게 제시한다. 오늘날 공직사회에 감도는 복지불동의 못된 풍조 역시 말단 현장에서의 개혁으로부터 없애나갈 필요성도 동시에 알려준다.
걸려든 공직자들의 구체적 혐의내용을 살펴보면 각종 납품 및 공사과정에서의 특혜를 비리의 미끼로 삼은 것이다. 이같은 전형적 비리구조는 기업과 개인의 원인제공 없이는 불가능하기에 사회적 의식변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검찰의 지적에도 일리가 있다. 결국 엑스포 비리는 여전한 공직비리를 드러낸 창피스런 사건이지만 동시에 우리사회의 개혁허점에 대한 교훈도 남겼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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