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부패스캔들 각료 넷 사임/국민들 불신… 조기총선 가능성 펠리페 곤잘레스 스페인총리의 12년 장기집권 아성이 연이은 집권사회당의 부정부패 스캔들로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 나오는 부패스캔들로 정치지도자를 뒤바꾼 이탈리아의 총체적 부패양상과 비유되면서 현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우파야당은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곤잘레스의 사임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곤잘레스는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사임의사는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정치분석가들은 조기총선의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스페인정계의 잇따른 부패스캔들로 한달 사이에 각료 4명과 국회의원 수명이 사임했으며 언론들은 다음 차례가 누구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정도다.
스페인전역을 뒤흔들고 있는 부패스캔들은 지난달 경찰군 총수인 루이스 롤단이 자신의 부정축재행위가 드러난 후 해외로 도망가면서 시작됐다. 그는 정부발주공사와 관련, 건축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고 공금을 빼돌리는등 1천만달러를 치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그는 최근 엘문도지와의 비밀 인터뷰에서 자신은 정치적 희생양이라고 주장하고 『내가 입을 열면 수많은 정치인들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는 대게릴라작전과 정부의 비밀사업 추진등과 관련된 특급국가비밀을 갖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때문에 정부가 그의 도주를 묵인했거나 방조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 사건에 책임을 지고 아순시오 내무장관이 지난달 30일 사임했다.
롤단 스캔들에 이어 지난 4일에는 루비오 전 중앙은행총재가 공문서 위조와 탈세, 내부거래혐의로 전격 체포됐다. 같은 날 알베로 농업장관의 비슷한 혐의가 언론에 폭로되자 장관이 곧바로 사임, 고위공직자들의 더러운 축재행각이 계속 드러났다.
곤잘레스총리는 그의 측근인 솔차가 재무장관을 경질하는등 개각을 단행, 정부의 신뢰성을 회복하고자 했다. 또 특별검사제를 도입하고 반부패법 제정을 서두르는등 부패척결의지를 천명했으나 국민의 불신은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집권사회당의 부패행위가 탄로난 것이 이번만이 아니라는데 있다. 지난 5년간 사회당은 부동산, 주식시장, 각종 특혜조치, 금융정책등을 통해 정치자금을 불법 조성했다는 의혹을 끊임없이 받아 왔다. 이러한 의혹 속에서 곤잘레스총리는 지난해 6월 조기총선에 모험을 걸어 중도우파인 국민당에 신승했다. 그러나 지난해 총선승리에 의한 곤잘레스의 4기연임은 순전히 그의 개인적 인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40세의 변호사출신인 젊은 우파지도자 호세 아스나르는 부정부패를 주요 쟁점으로 내세웠으나 곤잘레스의 인기를 누르지는 못했다.
스페인에서 사회당정권의 출범은 프랑코의 우파독재가 빚은 부정부패에 국민이 등을 돌림으로써 가능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깨끗한 정치를 내건 사회당이 부패의 수렁에 점차 빠진 것을 보면서 곤혹감을 느끼고 있으며 어떤 형태로든지 정계의 변화를 바라고 있다.
사회당은 일단 오는 6월12일의 유럽의회선거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고 참패를 당할 것이 확실시된다. 사회당과 연립내각을 구성하고 있는 카탈로니아당은 아직까지 이탈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으나 곤잘레스가 부패에 강력 대처하지 않는다면 결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곤잘레스의 연정파트너가 등을 돌릴 경우 스페인정국은 조기총선 외에 대안이 없다. 유럽사회주의의 마지막 보루로 불려온 스페인 사회당과 곤잘레스의 12년 권좌가 위기에 몰려 있다.【파리=한기봉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