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직 초기작업” 추정/IAEA 태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직 초기작업” 추정/IAEA 태도

입력
1994.05.16 00:00
0 0

◎핵연료봉 처음것 여부 규명/점검 못할정도면 바로 철수 북한이 영변의 5㎿실험용 원자로의 핵연료봉 교체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힌 가운데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15일 빈을 출발, 17일부터 북한에서 사찰활동을 벌인다.

 관심의 초점은 북한이 과연 핵연료봉교체작업을 어느선까지 진행시켰는지에 대한 IAEA의 확인과 그에 따른 IAEA의 대응이다. 이와 관련, 데이비드 키드IAEA대변인은 『IAEA는 북한의 핵연료봉 교체작업이 시작되었다해도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만약 사찰단이 사용후 핵연료를 점검할 수 없을 정도로 작업이 진전된 것으로 판단되면 사찰단을 중도에 소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IAEA는 성명에서 『핵연료봉을 선택·보관할 수 있는 기회가 아직도 남아있다는 북한의 통보를 현장에서 검증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번 사찰의 목적을 설명했다. 이번 사찰의 당초목적은 지난3월에 실패했던 방사화학실험실(재처리시설)에 대한 추가사찰이었다. 그러나 사찰단의 활동은 북한이 핵연료봉 교체작업의 개시를 일방통보해 온 상황변화에 따라 이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작업의 진척상황을 판단하기 위한 임무가 훨씬 중요한 목적이 된 것이다.

 북한이 핵연료봉 교체를 연기한다는 전제조건하에 사찰단을 파견하기로 했던 IAEA는 북한의 통보에도 불구하고 사찰단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는 북한의 핵연료봉 교체작업의 개시가 아직은 본격적인 것이 아닌 준비작업일 것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일단 받아들여지고 있다.

 북한의 정치적 속셈을 배제한다면 북한은 IAEA측에 안전상, 그리고 기술상 이유로 더이상 연료봉 교체를 미룰 수 없다는 상황에 와 있음을 확인시키는, 즉 IAEA의 입회를 「강요」한 결과가 됐다.

 IAEA로서는 매번 그랬듯 북한과 줄다리기를 벌이다 결국은 예기치 못한 북한의 절묘한 강공수에 직면, 현실론을 명분으로 사실상의 「양보」를 다시 한번 한 셈이다.

 IAEA사찰단이 이번 방북중 이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는 기술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연료봉 교체작업은 적어도 2∼3개월이 걸리는 매우 복잡한 과정이므로 어디까지가 준비작업이고 실제작업인지를 구분 짓기는 모호하다.

 영변의 실험용 원자로에는 8천여개의 연료봉이 있는데 10개씩 묶은 8백개의 뭉치로 들어있다. 이를 교체하기 위해서는 우선 냉각과정과 주변시설의 기술적 정리가 필요하고 봉인 제거와 개방과정을 거친후 연료봉을 꺼내야 한다.

 봉인 제거등의 과정은 이미 설치돼 있는 카메라에 의해 철저히 감시되므로 IAEA는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북한이 「루비콘강을 건넜을때」이다. 핵연료의 임의선정 및 보관, 분석이 필요한 이유는 북한의 주장대로 연료봉이 86년 원자로 가동이후 한번도 교체되지 않은 최초의 것인가를 규명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북한과 체결한 핵안전협정이 발효된 92년 4월 이전의 북한의 핵상황을 파악하는데 결정적이다. 임의추출해서 봉인과 감시카메라로 안전조치를 해놓은 연료봉에 대한 기술적 분석 결과와 재처리 시설에 대한 사찰결과가 맞아 떨어져야만 북한은 핵무기제조를 위한 플루토늄을 은밀히 추출해 냈다는 서방의 의혹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상황이 북한에 의해 일방적으로 파괴되었다고 판단될 때 이는 IAEA로서는 기술적으로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의 마지노선은 북한이 연료봉을 한개라도 임의로 빼냈을 때가 될 것이다.

 그때는 모든 사찰의 목적이 무의미해지며 사찰단은 중도에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파리=한기봉특파원】

◎북한 IAEA통보문 요지

 우리는 기구(IAEA를 지칭) 사찰원들이 시험원자력발전소(영변5㎿ 원자로를 지칭)의 노심연료교체에 입회할 것을 요구하였으며 기구가 제기한 사찰원들에게 사증도 제 때에 발급해주었다.

 시험원자력발전소의 노심연료교체는 시설의 안전성 견지에서나 기술적 요구로 보나 더는 미룰 수 없었으므로 우리는 그것을 귀측에 통지해주었다.

 이 실태에 대해서는 기구사찰원들이 현지에 와보면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우리는 사찰원들의 입회하에 연료교체를 시작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기구서기국이 우리의 조약상 특수한 지위하에서도 노심연료교체와 관련한 담보 연속성 보장조건을 충분히 마련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당한 조건을 제기하면서 우리의 선의적 요구에 응하지 않고 사찰원들을 보내지 않았으므로 부득불 연료교체를 시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귀측이 요구한 연료봉 선택과 선택된 연료봉들의 보관에 대해 말한다면 5월6일부 외교부장 텔렉스에 언급된 바와 같이 우리는 노심연료교체기간에 조미회담이 개최되어 핵문제의 일괄타결 테두리 내에서 우리의 특수한 지위가 해소되고 기구서기국이 우리의 선의적인 조치를 다른 목적에 이용하지 않고 공정하게 나온다면 귀측이 요구하는 연료봉 선택과 선택된 연료봉들의 보관을 허용해줄 것이다.

 노심연료를 꺼내는 작업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므로 그러한 기회는 아직 얼마든지 있다. 나는 기구서기국이 늦게나마 사찰원들을 보내겠다고 한데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는 귀측이 빈에서 협상을 하자고 한데 대해 유의한다. 우리는 협상이 연료교체가 진행되는 현장 가까이에서 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고 생각한다.【워싱턴=연합】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