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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퍼거슨 주한영국대사관 정치담당 일등서기관(내가본 한국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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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퍼거슨 주한영국대사관 정치담당 일등서기관(내가본 한국한국인)

입력
1994.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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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문제등 현실과 거리 법규정 의아 올해 초 한국에 부임한 직후 접하게 된 대법원의 생수시판 허용판결은 여러모로 흥미로웠다. 사실 이 판결이 나기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생수를 시판하는 행위가 불법이라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

 이번 판결을 지켜보며 나는 대다수 한국인들이 실제로는 전혀 지키지 않는 생수시판 규제법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지금까지 가본 대부분의 식료품가게는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상점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생수를 판매했었다. 한국인들 역시 아무 거리낌없이 생수를 사가곤 했다.

 한국인 친구는 이 점에 대해 사실 생수시판 규제법은 강력히 실행하기 위해 만든 법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생수같은 희귀한 자연물은 곧잘 돈많은 부유계층들의 전유물이 돼버리기 때문에 형식적이지만 이런 법이라도 있어야 불평등한 현상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은 결국 사회의 이상적인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법이라도 존재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 친구의 의견이 옳은 것인지, 또 대부분 사람들과 의견이 상통하는 것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말을 듣고 내가 갖게 된 의문은 과연 한국사회의 다른 분야에서도 이처럼 법이 실행가능한 현실적인 행동지침이 아니라 사회인식의 지침에 불과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내가 생수시판 규제법에 또 한가지 놀란 점은 이 법이 주한외국인들의 편의를 생각해서인지 몰라도 한국인과 외국인들을 차별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들에게는 생수이용을 허용하고 내국인들의 이용은 규제하는 이 법을 보고 나는 크게 놀랐다. 영국에서는 법의 적용에 있어서 영국인들과 외국인들을 차별하는 경우가 드물다. 오히려 상품판매 및 서비스제공을 할 때 국적을 이유로 차별두는 행동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과연 이번 생수시판 허용을 계기로 다른 분야에서 암암리에 행해지는 내외국인 차별대우가 개선될지 자못 궁금하다.

 낙동강 오염사태, 생수 시판 허용등에서도 드러났듯이 한국에서 식수문제는 주요 사안중의 하나다. 영국에서도 식수를 둘러싼 논쟁이 종종 있었지만 식수량의 부족이나 급격한 요금상승 때문이지 수질때문은 아니었다. 영국인들은 19세기 중반 수도가 처음 설치된 이래 수돗물에 대한 신뢰를 아직도 잃지 않고 있다. 간혹 몇몇 지방에서 수도에 함유된 염소로 맛이 그다지 좋지 않은 물이 공급된 적도 있지만 물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적은 한번도 없다.

 그런데 이곳 서울의 수돗물은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양질의 물인지 아닌지 판단이 제대로 서지를 않는다. 지금껏 시중에서 판매되는 생수만 먹는것도 그 이유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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