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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세,종량세로 전환 바람직/양수길 교통개발연구원장(월요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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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세,종량세로 전환 바람직/양수길 교통개발연구원장(월요논단)

입력
1994.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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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 정유회사의 휘발유 가격인하에 따라 다른 정유회사들도 모두 가격을 인하하여 그동안 가격경쟁의 무풍지대였던 유류시장에도 자유경쟁체제가 도입되는 듯한 느낌이다. 이번 유류가격 경쟁을 보는 각계의 시각이 흥미롭다. 물가는 항상 오르기만 한다는 생각에 익숙해져 있는 소비자들은 생소한 가격인하에 어색해 하면서도 크게 반기는 입장인데 반하여 정부의 관련부처인 상공자원부는 과당경쟁에 따른 정유사 경쟁력 약화, 유통질서 문란, 세수감소등의 이유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물가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경제기획원은 이를 반기고 있어 매우 대조적이다.

 상공자원부가 갖고 있는 우려중 과당경쟁과 유통질서 문란 문제는 규제완화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치를수밖에 없는 비용일 것이다. 하지만 세수감소는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다. 교통세는 현재 휘발유등 수송용 유류에 목적세로 부과되어 도로 철도등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투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우리나라 유류가격 구조를 살펴보면 산업용 유류로 간주되는 벙커C유 등유 경유등은 산업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원가산정단계에서부터 낮게 산정되고 그대신 휘발유는 승용차등에 주로 쓰이는 소비성 유류라 하여 높게 산정되고 있다.

 따라서 휘발유 시장에서의 가격인하는 필연적으로 산업용 유류의 가격인상을 초래할 것인바 이것은 산업의 경쟁력약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표명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세제상 혜택이 주어지고 있는 산업용 유류에 대해 또다른 혜택을 준다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경유를 비롯한 산업용 유류가격은 일부 중동 산유국을 제외하고 보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나치게 낮은 산업용 유류가격은 에너지의 효율적인 사용을 저해한다. 또 에너지 과소비형 산업구조를 유도하여 앞으로 환경문제등을 이유로 국제협약에 의해 에너지 사용을 제한받게 될 경우 오히려 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저유가가 곧 산업지원이라는 등식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세금이 덜 걷히게 되는 것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가장 적절한 대안은 현재 종가세인 교통세를 가격변동에 좌우되지 않는 종량세로 대치하는 것이다. 가격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현행 종가세 아래에서는 가격인하시 그대로 세수가 줄어들고 가격변동으로 세수확보의 불확실성이 커진다.

 현재 공장도 가격의 1백90%인 교통세율을 리터당 3백30원으로 전환하면 가격경쟁에 의해 공장도 가격이 변동하거나 원유도입원가가 변동해도 세수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또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할 수있다. 미국 독일 네덜란드등 구미의 선진국에서 유류세는 종량세로 운영되고 있다.

 유류시장에 자유경쟁체제가 도입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유류에 대한 세수가 감소하는 것은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나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위한 세수확보차원에서나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세수가 가격경쟁의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 세수확보가 가능하도록 세제 자체를 구조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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