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대사업 관련의 정치자금의혹을 풀기 위한 국회의 조사활동이 착수조차 되지 못한 상태에서 제자리 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국정조사권발동이 국회에서 결의된지 3주가 넘었는데도 조사계획서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동은 오래전에 걸렸으나 출발을 못하고 있는 자동차처럼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는 이유는 증인과 참고인 채택을 둘러싸고 여야간에 의견이 대립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그동안 거의 매일같이 총무회담을 열고 증인채택의 범위를 조정하려고 노력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러다가는 상무대 국정조사가 시작도 되지 못한채 흐지부지되고 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여야가 국정조사에 접근해온 자세를 보고 있노라면 진상규명에 과연 뜻이 있느냐를 의심케 한다.
민주당이 전직 대통령까지 포함해서 증인과 참고인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잡아놓고 이를 관철시키려는 강경태도부터가 의심스럽다. 어느 정도 증거가 있는 사람부터 대상으로 선정해서 조사를 한뒤 거기서 드러나는 결과를 가지고 증인이나 참고인을 추가로 부르는게 순서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여당에서 도저히 응해줄 것 같지 않은 대상까지 넣어서 마구잡이로 부른다는 것은 인권이나 명예에 관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관련도 없는 사람이 국회증언대에 선다는 것은 너무나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민자당에도 있다. 전직대통령까지는 몰라도 현역 정치인도 모두 증언대에 내보낼 수 없다는 경직된 태도는 시정되어야 마땅하다. 사안이 정치자금에 관한 것인데 어떻게 받는 쪽이 조사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하는가. 주는 쪽만 조사하는 것은 반쪽조사다. 완벽하게 진상을 규명하려면 당연히 양쪽을 모두 조사해야 한다.
양당의 주장에서 드러나고 있는 무리한 부분을 서로 양보한다면 국정조사가 착수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너무 늦으면 앞으로의 정국전개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먼저 6월국회가 파란을 겪지 않을까 걱정이다. 14대 국회의 후반기 원구성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우루과이라운드 협정비준 때까지 경색상태가 계속된다면 더욱 큰 일이다.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금 상무대국정조사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20일간의 활동기간까지 다 잡아 놓고 증인채택문제로 한달 가까운 세월을 허송한다는 것은 국민들 보기에도 부끄러운 노릇이다.
여야가 한발씩 양보해서 하루속히 국정조사가 개시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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