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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갈등/“하노이=권력”­“호치민=경제력” 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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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갈등/“하노이=권력”­“호치민=경제력” 질시

입력
1994.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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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적 이질감” 남북 교류도 꺼려 프랑스와 미국의 영향으로 자본주의에 일찍 눈뜬 남부사람들은 지난 20년동안 억압된 사회주의체제에서 북쪽에 대한 감정을 숨겨왔으나 최근들어 사회주의의 비합리성과 개방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는 하노이정부의 시행착오에 대해 조심스럽게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남부사람들은 75년 월남정부의 패망으로 사회주의체제에 흡수통합되면서 북쪽사람들에 대해 강한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

 남부사람들 상당수가 전쟁이후 재교육수용소에 끌려가「하노이」사람들에 의해 기억하기조차 끔찍할 정도의 교육을 받았으며 경제적으로도 통일이후 더 못살게 됐다고 느끼고 있다.

 또 호치민시의 고위행정관리와 경찰(콩안)간부 세관원등 요직을 하노이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호치민시에서 경제적으로도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이 하노이출신이라는 점도 남부사람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회체제면에서도 호치민시에 대한 감시관리가 심해 하노이시민들이 비교적 거리낌없이 살아가고 있는 반면 호치민시민들은 경찰감시를 크게 의식한다.

 특히 경공업과 비옥한 메콩델타의 농작물을 바탕으로 한 월등한 경제력 덕분에 비교적 생활형편이 나은 남부사람들은 자신들보다 못사는 북쪽사람들을 촌스럽다고 생각하고 있다.

 반면 북부지역사람들은『남부사람들은 자주정신이 없고 경박하다』며 멸시하는 분위기가 만연돼 있다.

 이같은 남북간의 갈등은 가깝게는 월남전쟁이후 심화됐지만 근원적으로는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이질감에서 비롯됐다.

 1802년 구엔왕조가 베트남의 통일을 이루기전까지 북부는 중국의 영향을 받아 유교문화권을 형성했으며 남부는 힌두문화와 이슬람문화의 영향을 받는 남방문화권이었다.

 근세 들어서도 남부가 프랑스와 미국의 영향을 받아 개방적인데 반해 북부는 소련과 중국등 사회주의를 받아들여 인도차이나전쟁과 월남전쟁등 항쟁의 중심무대가 돼왔었다.

 이같은 역사· 문화적 이질감때문에 북부와 남부사람 사이에는 확연한 차이가 발견된다. 우선 외양적으로 북부사람들이 남쪽보다 키가 크고 코가 오똑한 반면 남부사람들은 키가 작고 피부색이 검으며 코가 납작하다. 또 억양차이가 심해 한마디만 듣고서도 북쪽사람인지 남쪽사람인지 금방 구분할 수 있다. 북부사람들이 근검하고 자부심이 강하며 대가 센 반면 남부사람들은 개방적이고 활달하며 소비지향적이다.

 하노이와 호치민시의 직선거리는 1천4로 육로나 철도 해상으로 2∼3일이 걸린다. 이때문에 하노이는 홍콩이나 중국과의 교역을 통한 북부경제의 핵으로, 호치민시는 남부지역경제의 중추로 싱가포르등과 교역하기 때문에 하노이와 호치민시의 인적 물적교류는 같은 나라치고는 상당히 적은 편이다.

 베트남정부는 남북갈등이 표출되는 것을 우려해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을 금지해 왔었다.

 그러나 개방화가 진전되면 될수록 남북문제는 점점 불거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하노이=강진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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