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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와 지참금(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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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와 지참금(사설)

입력
1994.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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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에 넘치는 호화혼수와 거액 지참금 강요폐습이 사회문제화되어 온지 오래다. 그런 잘못된 관행으로 빚어진 가슴아픈 「인간 비극」이 너무나 많았던게 우리 현실이었다. 지나친 혼수·지참금 부담을 감당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예비신부가 있었는가 하면, 결혼은 가까스로 성사됐으나 부부 및 고부간의 혼수시비로 결국 파경에 이르거나 딸 시집보내고 파산한 가정마저 흔히 생겨났던 것이다. 이런 폐습에 일대 경종을 울리는 사법부의 명쾌한 판결이 나왔다. 지난11일 서울고법민사20부는 결혼지참금 5천만원이 적다는등 이유로 구박받은 끝에 7개월만에 결혼생활을 끝낸 한 여인이 남편과 시어머니를 상대로 낸 1억5천만원 손해배상소송에서 시어머니와 남편이 함께 7천만원을 배상하라는 원고승소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날의 판결문내용을 보면 흔히 「인간지대사」라는 혼사에 얽힌 현실적 부조리의 추악한 실상이 유감없이 드러난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지참금5천만원이 적고, 「큰상」 준비가 소홀했으며, 아들의 해외출장비 1천만원을 친정에서 얻어오라는데 불응하자 구박을 일삼았다. 또 남편은 시어머니를 부추기거나 방관하다가 폭력마저 행사했다. 그런데 그 남편은 이번이 재혼이었으며, 파경후 소송진행중에 3번째 결혼마저 했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결혼에 실패, 외톨이가 된 그 여인에게 구체적으로 법적구제의 길을 열어줬을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흔한 시어머니와 남편의 지참금강요 및 구박폐습에 대해 법의 이름으로 배상책임을 미리 경고하는 의미도 지녔다. 또한 이번 판결여파로 유사한 소송사건이 줄 이을 가능성도 아울러 커졌다 하겠다.

 예의와 격식을 유달리 선호하는 유교적 전통이 강한 우리사회에서 신성해야할 혼사문제가 이처럼 돈놀음으로 타락하기에 이른것은 고도산업사회화와 함께 불어닥친 황금만능풍조와 천민적 졸부근성 만연 탓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유서깊은 가문의 전통과 검소하면서도 깍듯한 인사치레가 사라지면서 예단대신 거액의 지참금통장이 등장했고 돈으로 출세한 사윗감을 사들이는 「열쇠3개」의 천박한 풍속도마저 생겨났다.

 그리고 해가 갈수록 여자들의 혼수부담은 커져 90년에 비해 93년에는 53%가 증가했고, 남자보다 지출규모가 1.5배에 이른다는 통계도 나와있다.

 그래도 반가운 소식은 차츰 사회가 안정되면서 요즘 신세대 젊은이들의 결혼관이 소박한 「개성시대」로 차츰 바뀌고 있고, 이번 판결로 보듯 잘못을 바로잡아 가려는 사회적 공감대도 차츰 형성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정과 학교 및 사회교육을 통한 올바른 결혼관확산과 모두의 자각이 이럴 때일수록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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