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수교 일괄타결 서로 딴생각/미,인권문제 제기땐 험로예상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재사찰을 수용함으로써 북핵협상은 국면전환을 맞고있다. 이번주말께 IAEA사찰팀이 북한에 들어가 핵사찰을 재개키로함으로써 일단 교착상태의 핵협상에 새로운 실마리를 찾게된것이다. 그러나 미국정부는 북한의 재사찰수용발표에 대해 이렇다할 논평을 내지않고있다. 여전히 북한에 대해 두고봐야한다는 식의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의 외교분석가들은 핵재사찰에 이은 3단계북미고위급회담의 개최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워싱턴의 시각은 어차피 이번 사찰이 지난3월 중단된 사찰의 마무리성격인 만큼 북한의 방해없이 원만한 사찰이 진행될 경우 3단계회담을 위한 여건은 충족됐다고 보는것이다. 실제로 IAEA사찰팀이 행할 이번 활동은 별다른 문제점을 상정하지는 않고 있다. 사찰의 주요활동은 크게보아 2가지로 5㎿ 원자로의 카메라배터리및 필름등 감시장비를 교환하고 방사화학 실험실등 재처리시설에서의 샘플채취정도이다.
다만 재사찰성사·3단계회담개최로 새로운 북미간의 협상국면을 맞는다해도 이것으로 북핵문제해결의 돌파구를 찾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북한과 미국은 일괄타결이라는 협상방식에 동의할지는 몰라도 구체적인 협상내용에 있어 여전히 동상이몽의 처지에 있다. 북한은 핵개발포기의 대가로 미국과의 수교를 최우선순위안건으로 삼겠지만 미국은 핵사찰의 완전한 종결을 거듭 강조할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과 북한은 북핵해법에 있어 상당한 거리를 두고있다』며 『북한은 연역법의 해결수순을 고집하는 반면 미국은 귀납법의 접근을 염두에 두고있어 쉽사리 양자간의 간극이 좁혀지지는 않을것』이라고 말했다.
요컨대 미국은 북한이 주장하는 외교관계수립을 핵투명성확보라는 결론을 얻은 뒤에 고려해 볼수도 있다는 입장인데 반해 사실상 북한은 핵과 수교사이의 양자택일에 집착하는 인상이 강하다. 결국 다음주초부터 약 1주일간 핵사찰이 재개된 뒤 북미간 실무접촉을 거쳐 이달 말께 제네바에서 3단계회담개최가 가능할것으로 관측통들은 내다보고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3단계회담에 임하는 입장이 북한이 보기에는 그리 명쾌하지않을것』이라고 말해 협상과정에서 또다시 상당한 마찰이 불가피할것임을 시사했다. 결국 북한의 핵사찰수용과 3단계회담재개는 대화냐 제재냐의 갈림길에서 일단 대화쪽으로의 길을 제공했지만 어차피 북한이 주장하는 식의 일괄타결은 기대치가 그리 높지 않다고 봐야한다.
미국은 핵문제이외에 북한의 인권문제와 미사일 개발문제등을 안건에 올릴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대해 북한이 보일 반응은 어렵지 않게 짐작이 가능하다.
최근 북한이 추진해온 일련의 유화적 태도에 대해 미국이 경계의 빛을 풀지 않고있는것도 어차피 「장기적 과제로서의 핵협상」을 상정한 때문인 듯 싶다. 결국 3단계회담이 이달말께 재개된다해도 핵협상의 빠른 진전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이나 북한 모두 3단계회담재개를 대화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인식하는 정도가 상황진전의 소득인 셈이다.
이같은 맥락을 감안, 워싱턴의 외교분석가들은 향후 북미간 대화가 형식적인 격상이 이뤄지겠으나 내용면에 있어서 가까운 장래에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전망을 하고있다.
그러나 북미 양자모두 원점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인식하고있는 만큼 불필요한 지엽적 논쟁보다는 생산적인 협상분위기조성에 치중할 수 있을것으로 보인다. 최근들어 미정부고위관리들이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유인적 언급을 해온것도 희망적인 관측의 한 단서라고 볼수있다.【워싱턴=정진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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