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납품 등 각종 업무/뒷돈 안주면 “되는일 없다”/생활화된 「수수료 관행」이 관리부패원인 변질 개업한지 며칠되지 않은 하노이시내 한 음식점앞. 저녁무렵 황갈색제복의 교통콩안(경찰) 2명이 나타나 주차해 있는 차량들의 교통위반딱지를 떼려하고 있다.
이어 음식점주인이 내려가 콩안들과 실랑이를 벌이다 한 콩안의 손에 20달러를 쥐어줬다. 콩안은 그 자리에서 한달동안은 음식점앞에 불법주차를 해도 좋다는 내용의 메모를 작성, 사인을 한후 음식점주인에게 건네줬다.
교통콩안에게 매달 20달러씩 뒷돈을 주겠다는「커미션계약」이 성립된 현장이다.
호치민시의 한 외국인상사는 뒷돈을 요구하는 파출소콩안과 「신고를 하면 즉시 출동하겠다」는 내용의 커미션계약을 체결, 매달 15달러씩 지불하고 있다. 하노이중심가의 방 7개짜리 한 호텔은 매달 파출소콩안 경찰서콩안 소방서 세무서 동사무소관리등 10명에게 1인당 10달러씩 모두 1백달러의 뒷돈을 주고 있다. 50대의 호텔주인은『그냥 관행적으로 주고 있다』며 규모가 큰 호텔은 1인당 20∼50달러씩 주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개방화와 더불어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이러한 부정부패는 「호아홍」이라는 베트남의 독특한 관행에 바탕을 두고 있다.
베트남말로 붉은 장미꽃이라는 뜻의 호아홍은 취직을 시켜주거나 물품판매를 중개해주었을 때, 호텔에 손님을 소개해 주었을 때 알선해준 사람에게 10%가량의 돈을 주는 관행으로 베트남 사람들사이에는 생활화돼 있다.
가정부를 취직시켜주면 그 가정부는 매달 자기월급의 10%를 소개해준 사람에게 준다. 또 호텔방을 소개해주면 소개해준 사람은 호텔측으로부터 총 숙박비의 10%를 받는다. 렌터카에 손님을 소개해 주거나 물품을 납품받을 때, 집이나 방을 알선해 주었을 때등 일상적인 일에서도 호아홍은 빠지지 않는다.
외국업체는 현지인을 고용할때 반드시 국영인력회사로부터 소개받은 사람을 써야 하는데 이때도 취직한 사람은 국영인력회사에 커미션을 매달 내야 한다. 외국회사는 월급이 평균 1백달러로 비교적 많기 때문에 월급중 40∼50%를 국영회사에 지불한다.
이같은 호아홍은 최근들어 원래의 뜻이 급속히 변질되고 있다. 경제부처의 중하위층 관리들은 당연히 내주어야 하는 각종 인허가시에도 호아홍을 요구하기 일쑤며 경찰 세무서 일반행정기관 소방서관리들도 노골적으로 뒷돈을 챙기고 있다. 또 상당수의 국영기업 직원들도 이러한 풍토에 젖어있다.
베트남정부는 부정부패를 개방의 가장 암적인 요소로 규정, 이를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그러나 부정부패가 베트남사람들의 생활의 일부가 된 호아홍문화와 경계가 불분명한데다 관리들의 월급이 20∼40달러에 불과해 쉽게 없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혁명 1세대중심의 청렴한 고위층들이 퇴진할 경우 베트남정부를 이끌어갈 현재의 중견간부들이 얼마나 부정부패의 유혹을 떨쳐버릴수 있느냐에 따라 베트남의 경제발전여부가 결정될것으로 보인다.【하노이=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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