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본 채취·감마방사능측정 등에 중점/북 방해 없으면 핵전용여부 규명가능 북한 핵시설의 핵심인 재처리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이 처음으로 실시된다.
IAEA는 지난 3월3∼12일 이전1년간의 핵물질 전용여부를 규명하기 위한 제한된 목적의 사찰을 실시했었다. 그러나 북한은 당시 사찰에서 사전합의와 달리 가장 관건이 됐던 방사화학실험실(재처리시설)에 대한 사찰단의 접근을 봉쇄, 사찰의 목적달성은 실패한것으로 IAEA는 규정했다.
IAEA는 이후 재처리시설을 대상으로한 추가사찰을 요구해왔으나 북한은 이를 계속 거부해왔고 돌연 4월20일 5㎿ 실험용원자로의 핵연료봉 교체계획을 통보하면서 IAEA가 입회해줄것을 요청했다.
이후 추가사찰문제는 핵연료교체문제와 연계되면서 또다시 양측의 공방이 시작됐다.
IAEA는 북한의 핵연료봉 교체때 연료봉 샘플을 채취·보관해야한다는 입장과 함께 이것이 관철되지 않는다면 추가사찰은 의미가 없는것이라는 자세를 견지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연료봉 교체작업기간중이라도 북미3단계 고위급회담이 개최돼 핵문제가 일괄 타결된다면 IAEA가 요구하는 연료봉의 선택·보관과 함께 정상적인 임시·통상사찰을 수락할것이라고 주장했다.
추가사찰문제가 핵연료봉교체문제와 결부되면서 풀리지 않자 IAEA는 10일 『북한이 핵연료봉교체를 임의로 강행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 아래 추가사찰을 위한 사찰단을 빠른 시일내에 파견하겠다』는 완화된 입장을 북한측에 통보했다.
핵연료봉교체와 무관하게 추가사찰은 「특례적으로」 수용할수 있다는 뜻을 밝힌바 있는 북한은 IAEA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이에따라 IAEA 사찰단은 이번 주말께 평양으로 떠나 내주초부터 추가사찰활동을 개시할것으로 보인다. 결국 「선추가사찰, 후연료봉 교체시 입회문제협상」이라는 식으로 돌파구가 열린것이다.
이는 두문제를 연계해왔던 IAEA측 입장에서 보면 양보라고 풀이할수 있다. 그러나 결국 IAEA가 현실적인 해법을 찾은것으로 볼수도 있다.
핵안전조치의 연속성을 유지시키기 위한 시한은 5월초로 설정되었던만큼 IAEA로서는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 한편 북한은 유엔주재 대표부를 통해 연료봉을 교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확인해 주었으므로 IAEA로서는 어느정도의 명분을 유지하면서 당초 목적중 한가지인 추가사찰을 달성할수 있게된것이다.
북한이 추가사찰 수락용의를 밝힌만큼 이번 사찰에서는 종전처럼 기술적 문제들이 장애요인이 될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북한은 3월 사찰에서 IAEA가 요구했던 재처리시설 내의 표본채취와 진분(먼지등 이물질)채취, 감마방사능측정이 이른바 불일치문제해결(특별사찰)과 관련된것이라고 주장, 수락하지 않았었다.
IAEA는 가장 핵심적인 이 세가지 사찰활동과 함께 기능이 다한 감시카메라의 배터리교환, 봉인상태 점검등을 주로 실시할 예정이다.
추가사찰이 만족스럽게 완료된다면 적어도 임시 및 통상사찰이 전면 중단됐던 지난해 2월이후 지금까지 북한의 핵물질 전용여부는 규명될 수 있게된다.
결국 북한핵문제는 지난해 2월의 상태로 환원되는것과 같다. 남은것은 임시 및 통상사찰의 정상적 진행과 특별사찰문제, 핵연료봉교체문제이다. 이문제들은 3단계 북미회담에서 논의될것으로 보인다.
결국 핵연료봉 교체문제는 북한이 시한에 쫓기는 궁지를 벗어나기 위한 카드가 된 셈이다.【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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