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하던 헌법개정논의가 고개를 들어 정가는 물론 국민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21세기위원회가 현행 5년대통령단임제의 수정과 내각제로의 개헌문제를 제기한것이다. 이번 개헌논은 대통령자문기구가, 또 문민정부 출범후 처음 제기한것이어서 갖가지 해석과 억측을 낳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개헌논의 당부에 대해서보다 방법에 관해 강조하고자 한다. 즉 개헌논의는 무작정 외면과 기피만이 능사가 아니고 장래 국리민복의 증진과 국가발전의 차원에서 반드시 떳떳하게 공론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 국민들이 개헌얘기가 나올때마다 일단은 부정적 반응, 놀람과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것은 얼룩진 헌정경험때문이다. 1948년 헌정 개시이래 지금까지 46년간 9차례의 개헌 가운데 국민의사로 이뤄진것은 제헌과 60년 내각제, 그리고 87년 여야합의개헌뿐이고 발췌, 사사오입 및 3선개헌, 그리고 5·16과 유신, 5·17쿠데타로 독재와 장기집권을 위해 헌법이 만신창이가 됐던것이다.
현행 5년대통령단임제는 온 국민이 독재와 장기집권을 거부함으로써 이뤄진 산물이다. 국민 직선에의한 대통령은 5년간만 재임하게 하는한편 특히 재임중 임기연장에 관한 개헌을 할 경우 당시의 대통령에게는 효력이 없도록(헌법 1백28조2항)하는 장치까지 마련했다. 하지만 미국식의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했으면서도 오직 장기집권을 막고 5년간 열심히 일하도록하는 현행제도의 문제점은 이미 6공을 통해 그대로 드러났다. 대체로 5년임기중 첫해는 국정파악및 실험, 2∼3년은 선거공약사업추진, 4년은 사업의 정리및 완성, 5년은 후계자선정및 마무리를 해야만 하게 되어 있다. 더욱이 임기4년째를 고비로 권위가 흔들리는 레임덕현상이 심화되어 국정수행에 많은 지장을 주어왔던 것이다.
김영삼대통령은 취임1백일 기념회견에서 『나의 임기중 어떤 이유로도 개헌을 하지 않을것』이라고 못박았다. 이는 5년재임중 「개혁과 변화」를 강력한 지도력으로 적극추진해야 하는만큼 개헌논의는 국론 분열과 국력을 소모할 여지가 있기때문에 쐐기를 박은것으로 이번에도 일축한 뜻은 짐작하기 어렵지않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 정착시키는 문민시대에 접어들면서 개헌논의에 대한 태도를 바꿔야 할것 같다.
우리는 그동안 개헌하면 오직 권력구조와 임기에만 집착해왔으나 기본권신장과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제도적 보완등 중요한과제가 많은것이다. 때문에 개헌논의가 제기될때 잘못되고 문제있는것은 당연히 바로잡을수 있고 고쳐야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울러 정치권도 개헌문제는 과거처럼 밀실에서 공작하듯 정략적으로 논의 추진할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온국민의 공론에 맡겨야 한다.
물론 지금은 개헌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개헌은 온국민의 의사가 결집되고 국가적 여건과 환경이 구비될 때라야만 본격적으로 논의, 추진돼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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