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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돈」세탁/러시아 각광/출처조사 허술…카지노등 통해“깨끗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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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돈」세탁/러시아 각광/출처조사 허술…카지노등 통해“깨끗하게”

입력
1994.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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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마피아단 몰려 범죄급증… 단속 못해 러시아가 검은돈을 세탁하는 「천국」으로 각광받고 있다. 서방에서 범죄조직등이 돈세탁을 하려면 당국의 엄중한 감시망을 뚫고 각종 금융기관의 의심을 받지않아야 한다. 러시아는 손쉽게 검은돈을 깨끗한 돈으로 세탁할 수 있어 범죄가 급증하는 주요원인이 되고 있다.

 서방에서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에서도 주로 마약거래, 무기나 골동품의 밀매, 매춘등을 통해 검은돈을 벌어들인다. 하지만 서방과는 달리 러시아는 자금출처에 대한 조사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검은돈을 손쉽게 세탁할 수 있다.

 지난해 모스크바 세무당국은 수십만개의 사기업과 국영기업중 단지 2백36곳만을 세무 조사했으며 개인도 4백23명만을 조사하는데 그쳤다. 이처럼 부진한 세무조사등으로 불법자금의 거래는 거의 아무런 단속에도 걸리지 않고 「자유롭게」 깨끗한 돈으로 둔갑해 버린다.

 불법자금은 은행간 계좌이동이나 사채, 부동산매입, 기업에 대한 투자등 합법적인 방법으로 세탁되고 있다.

 또 카지노등 도박장 역시 검은돈을 집어 넣었다 빼내는 방법을 통해 합법화시키는 편리한 돈세탁 장소가 되고 있다. 모스크바에는 최근 1백여개가 넘는 카지노가 영업을 하고있는데 이중 반수 이상이 범죄조직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경찰은 추산하고 있다. 이들 카지노에서는 상당액의 불법자금을 도박을 해서 딴 것처럼 위장해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는 환전소 역시 돈세탁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이들 환전소에서는 루블과 달러를 매입·매도할 수 있는데 어떤 환전소도 정확한 거래액을 보고하지 않고 있으며 경찰이나 세무당국은 환전소의 숫자조차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러시아가 돈세탁을 쉽게 할 수 있는 곳으로 알려지자 이탈리아의 카모라, 일본의 야쿠자, 남미의 메디인등 국제적인 마피아조직들이 대거 검은돈을 세탁하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이들 범죄조직들은 러시아에 위장회사를 세우고 몰래 자금을 투자한 뒤 이돈으로 지하자원등을 구입, 외국으로 수출하는 방법등으로 검은돈을 합법적인 자금으로 바꾸고 있다.

 러시아 내무부등이 불법자금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나 관리들의 부패등으로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내무부의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1천5백여명의 관리들이 부패혐의로 체포됐으며 이중 25.8%가 법집행기관의 간부인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돈세탁과 함께 최근들어서는 루블화를 비롯, 달러화등 각종화폐가 대량으로 위조돼 유통되고 있어 또다른 사회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러시아 경찰당국에 의하면 지난해 압수된 위폐는 루블화가 95억루블, 달러화가 2백50만달러였는데 이는 92년보다 무려 10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범죄전문가들은 검은돈을 세탁하는 과정에서 달러화의 위폐가 대량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으며 루블화의 경우는 러시아내 범죄조직들이 고성능 컬러복사기로 가짜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옛소련에서는 복사기의 사용이 엄격히 규제됐으나 현재는 복사기나 컴퓨터 프린터등의 사용제한이 없어 고성능 컬러복사기등 각종 프린터 기계들이 마구 반입되고 있는 것도 위폐급증의 원인이 되고 있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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