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안법-벌목공 대처안이… 땜질처방 급급/수석회의서 자성론… 「활력회복」대책 부산 청와대비서실이 과연 최근의 무기력과 침체에서 벗어날 것인가. 「자조증」에 빠져있는 것으로까지 비쳐지는 요즘 분위기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있는가.
10일 상오 박관용비서실장주재로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 최근 청와대마저 복지불동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지적에 대한 자성의 시간을 가졌다』고 주돈식공보수석이 전했다. 회의에서는 수석들이 보다 활발하고 치밀하며 독창적인 업무추진자세로 임하자는 반성의 발언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날 회의는 사실 지난6일 김영삼대통령 주재의 주례수석회의에서 김대통령이 비서실의 긴장도가 떨어져 있는데 대해 수석들을 호되게 질책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질책이 있기전부터 비서실 분위기가 지난해보다 활력이 크게 떨어진채 무사안일로 가고 있는게 아니냐는 우려와 지적이 안팎에서 나오고 있었다. 지난 2∼3개월동안 사건의 악재속에 떠밀려오면서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김대통령 질책의 계기가 된것은 농안법파동이었지만 소관업무를 파악못해 사태발생후 대응에 허둥댄 사안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는 지적이다. 농안법파동을 사전에 예견해야 했던 책임은 담당 농수산수석실은 물론이고 관련수석실에도 있는데 비서실 모두가 손놓고 바라보고 있었다는 비판도 있다. 비서실의 긴장도가 떨어지면서 대통령에 대한 보고누락과 보고를 했다해도 사태발생시의 면책을 위한「면피성 보고」, 우선 수습에 급급한「땜질 보고」가 많았다는 힐난도 비서실 자체에서 나오고 있던 참이었다.
UR문제는 물론이고 조계종사태도 관련수석실이 전혀 예측을 못했으며 삼성승용차문제나 북한군의 특이동향등은 보고가 사전에 없었거나 늑장보고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석회의를 통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사안까지 결정이 뒤바뀌는 사례도 많아 김대통령의 국가조찬기도회 참석여부는 세차례나 번복을 거듭했다는 것이다. 사안은 약간 틀리지만 직언을 통해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고 있느냐는 회의도 나오고 있다. 북한 벌목공대책의 경우 북한의 태도나 북한과 러시아와의 관계등으로 미루어 미묘한 문제여서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발표나 지시를 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는데도 이를 누구 하나 지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서실 전체의 활력이 떨어진 것은 수석과 비서관, 행정관들사이의 언로가 생각만큼 원활하게 뚫려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자체분석도 있다. 이날 수석회의에서도 비서실이 지나치게 수석중심으로 운영되는 것 같다는 반성이 있었다고 한다. 회의에서는 이같은 자체진단을 바탕으로 개혁의 활력을 다시 불어넣기 위해 수석―비서관―행정관의 종적관계에 비서관·행정관들간의 횡적관계를 입체적·유기적으로 연관시켜 가며 대화해 나가기로 했다. 또 문제발생시에는 각 수석실의 경계를 떠나 관계비서관들로 특별전담반을 구성, 대처한다는 처방도 세웠다.
이같은 비서실자체의 진단과 처방이 제대로 맞아떨어질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언제부터인가『청와대에서 잘못하는 일을 질책하는 사람은 대통령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비서실장은 수석의 잘못을, 수석은 비서관의 잘못을, 비서관은 행정관의 잘못을 질책하고 독려해야 하는데 이 점이 부족하다는 지적인 것이다. 언로의 활성화문제는 비서실에만 국한된게 아니고 대통령에 대한 보고등 보좌기능에서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소리도 있다.【최규식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