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우산 두개를 선물로 받은적이 있다. 한개는 대학의 기념품이고, 한개는 결혼식 답례품이었다. 사무실에 돌아와 책상서랍을 열어보니 얼마전 한 의상실에서 고객들에게 선물한 우산 한개가 더 있었다. 그날 친구들 모임에서 그 우산들을 나눠가지면서 우리는 우산이야기를 했고, 우산이야기는 황영조선수 이야기로 옮겨갔다.
『우리 옛날에 학교 다닐때 우산때문에 싸우던 생각나니? 형제들이 서로 새우산을 차지하려고 다투다가 누군가 울게되고, 어머니는 야단을 치시고, 비오는 날 아침엔 참 시끄러웠지』
『새 우산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집은 우산이 부족해서 쟁탈전이 벌어지곤 했지. 살이 부러지지 않은 우산은 아버지가 쓰셔야 하니 남겨두고, 살이 부러진 헌 우산들을 놓고 싸우는 거야. 오빠는 항상 맏아들답게 여학생들이 교복이 젖으면 안된다고 여자형제들에게 우산을 양보했어. 자기는 씩씩하게 비를 맞으며 학교로 가곤 했는데, 오빠가 돌아가신후 비오는 날이면 늘 그 생각을 해』
『요즘 아이들은 우산을 하찮게 여겨. 엄마 학교다닐때는 우산이 없어서 비를 맞고 학교에 오는 아이들이 많았다고 해도 관심이 없어. 학교마다 아이들이 잃어버리고 안찾아가는 우산이 수두룩 하다 잖아』
『내가 가진 양산은 20년전 남편이 일본 출장을 갔다가 사다준건데, 지금까지 소중하게 쓰고 있어. 내가 지금까지 그 양산을 아끼는것은 우산때문에 형제끼리 다투며 울던 경험이 있기 때문일거야』
『얼마전 황영조선수가 중학교때 은사에게 7천만원을 드려서 집을 사시게 했다는 신문기사를 읽으면서 같은 생각을 했어. 황선수는 어렸을때 무척 고생하며 자랐다는데, 고생속에서 남의 고생을 도울수있는 귀한 마음을 키웠으니 얼마나 훌륭해』
『나는 그 기사를 읽으면서 내 아이들을 생각해 봤어. 저애들이 과연 이다음에 남을 돕기위해 7천만원을 내놓을수 있을까. 부자가 된다해도 그러기는 힘들거야. 아마 엄마인 나에게도 7천만원을 못줄거야. 자기가 번돈은 자신을 위해 쓰는게 당연하다는 생각밖에 못하는 젊은이들을 우리가 키우고 있다는 것은 사실 심각한 일이야. 가난속에 효자난다는 말이 있잖아. 황선수는 정말 훌륭해. 스승을 위해서까지 효자노릇을 했으니』
오늘같은 황금만능의 시대에 가난한 부모들이 자식키우기는 힘들고 서러울것이다. 그러나 가난속에서 남의 가난을 이해하는 넉넉하고 깊은 마음이 자라고 있다는것을 생각하면서 가난한 부모들이 위로와 힘을 얻었으면 한다. 오늘도 우산때문에 싸우는 형제들이 있다면 그들도 마찬가지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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