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핀 대용제… 히로뽕보다 「금단」 심각/1백배 차익에 눈멀어 「직업윤리」 팽개쳐 검찰에 적발된 염산날부핀(제품명 누바인) 불법유통조직들은 약품 및 마약취급허가를 받은 약품도매상이나 약사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히로뽕의 대용품으로 널리 이용되는 염산날부핀이 허술하게 관리되는 일반약품으로 분류돼 불법유출될 개연성이 높았는데도 적절한 조치가 없었던 보사행정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염산날부핀은 약리적으로 산후임산부나 수술직후의 환자에게 투약되는 진통제다. 일반적으로 마약으로 분류돼 취급이 번거로운 모르핀의 대용품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 약은 모르핀과 맞먹는 진통효과와 히로뽕에 버금가는 환각효과가 있어 80년대 중반부터 히로뽕 중독자들이 대용품으로 사용하고 있다. 염산날부핀 중독환자의 금단현상이 히로뽕 중독환자의 경우보다 더 심한데서 알 수 있듯 염산날부핀은 마약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마약과 동등한 폐해를 지닌 염산날부핀이 마약으로 취급되지 않은 까닭은 이 약품 제조 및 물질특허를 보유한 미국제약사들이 미정부를 상대로 조직적인 로비를 펼쳐 82년 비마약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80년대이후 미국에서 염산날부핀의 제조허가와 물질특허를 수입한 국내제약사들은 염산날부핀을 일반약품으로 분류, 제조 판매해 왔다. 다만 80년대 중반 서울과 경인지역의 마약중독자들이 염산날부핀을 대용품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자주 적발되자 보사부는 92년 12월 검찰의 요청을 받아 들여 취급을 병·의원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보사부 조치로 92년 1천2백만 앰플에 달했던 소비량이 93년에는 7백73만 앰플로 줄었다. 그러나 나머지 4백여만 앰플은 불법유통되는 것으로 추정됐고, 이번 수사에서 사실로 확인됐다. 이러한 불법유통을 위해 약품도매상들은 병·의원 직원들과 짜고 병·의원에 납품한 것처럼 허위서류를 꾸며 불법 유통조직에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유통이 성행하는 것은 10㏄ 1앰플당 도매가는 4백원에 불과하지만 최종판매가격은 4만원 내외로 1백배에 가까운 차익을 남길 수 있는 마약고유의 성격 때문이다.
이와 함께 약사 문경만씨(33)와 의사 이석재씨(31)등은 약물의 오·남용을 막아야 할 직업윤리를 저버린채 불법으로 약품을 공급,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지검 강력부 유창종 부장검사는 『염산날부핀을 하루속히 마약류로 지정하고 유통경로에 대한 행정당국의 지속적인 단속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보사부의 협조를 받아 전국 15개 염산날부핀 제조사의 생산량과 전국 약품도매상의 서류를 대조하는 방법을 동원해 불법유통되는 염산날부핀을 지속적으로 적발할 방침이다.【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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