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91년 설치후 이용률 갈수록 줄어/일부 운영중단… 법률구조 취지 “실종” 서울시내 각 경찰서에 설치된 여성상담실이 개점휴업상태다.
성범죄등 대여성범죄가 급증,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됐던 91년 경찰은 성범죄 피해사례에서 이혼 위자료 친권문제에 이르기까지 각종 민사사건의 상담과 법률적 구조를 목적으로 일선경찰서에 여성상담실을 설치했다. 그러나 전문인력과 상담교육프로그램의 부재, 지원체제의 미비, 경찰간부들의 무관심때문에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거나 문을 닫은 곳이 많다.
여성상담실은 91년10월 관할지역에 윤락가가 있는 종암경찰서에서 처음 설치됐고 92년5월부터 각 경찰서로 확대됐다. 당시 경찰은 수사과장 감독하에 민원봉사실장이 상담실장을 겸임하고 실장외 여경 2명을 전담요원으로 배치토록 했다. 또 성범죄 피해자들의 사생활보호를 위해 별도의 상담실과 전용상담전화(경찰서 국번―0118공통)까지 설치해 여성범죄 예방 및 구제대책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확대실시 2년이 다 되도록 상담실공간이 불편하고 전담요원이 부족해 이용률이 날로 떨어졌다. 이를 핑계로 상담전용전화마저 수사과나 민원실에서 사용하는 곳이 많아져 여성상담실이란 말 자체가 무색할 정도다.
서울시내 30개 경찰서중 현재 여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종암, 남대문, 남부, 서대문등 6개서. 수사과나 민원실 업무를 병행해서 상담전화를 운영하고 있는곳은 12곳이고, 나머지는 아예 다른 용도로 전용하고 있다.
상담실이 있는 곳도 민원실내에 칸막이나 캐비닛등으로 한쪽 구석을 가려 만들어 놓은 것이 고작이어서 상담자들이 자신들의 고민을 제대로 털어놓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더욱이 상담여경이 민원실이나 수사과 업무를 같이 맡다보니 응대가 부실하게 마련이어서 상담자를 만족시키기 힘든 실정이다.
종암경찰서에서 10개월간 여성상담업무를 맡고 있는 김민자경장(38)은 『충분한 준비를 할 수 없어 상담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다 보니 상담신청이 하루에 3∼4건에 불과하고, 민원실업무 부담도 많아 상담자가 요청하는 심방출장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법률적 구제를 위해서는 변호인 위촉이나 지정병원 마련등 현실적 대응책이 필요하고, 상담기법 및 교육프로그램의 전문성도 따라야 한다는것이 김경장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경찰청 김상봉수사1과장은 『상담업무에는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나 경찰인력과 예산문제등으로 상담환경 개선이 현재로는 불가능하다』며 『경찰의 대여성범죄 예방과 구제를 위해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지원책이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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