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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의 국제신뢰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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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의 국제신뢰도(사설)

입력
1994.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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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을 안다는 것 만큼 어려운 일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진실」은 시선을 떨구지 않고 직시하기에 힘에 버거운 것일 수 있다. 따라서 타인의 질타에 귀를 기울이면서 냉엄한 자기 성찰에 나서는 것이 동서고금의 덕목중 하나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남의 비판속에 나타난 자아의 형체가 더 진실에 가까울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성숙한 자세로 주변을 바라본다고 일본 요미우리(독매)신문에 실린 여론조사의 충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거기서 한국은 반겨주는 「친구」가 별로 없는 고독한 국가로 나타났다. 미·영·독·불 어디서고 우리는 북한 만큼이나 신뢰도면에서 최하위권에 속하는 나라로 구분됐다.

 한국은 이미지의 문제를 안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적」과 「동지」가 더욱 불분명해지는 탈냉전의 무한경쟁 시대에 국력을 소진시키고 있다. 국민적 차원에서 일단 선의를 가지고 한국을 지켜봐주는 우방이 있어야 오판과 오해의 위험으로 가득한 격변기를 헤쳐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의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선진제국의 일반대중은 남한과 북한을 서로 떼어놓고 평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악한 김일성 체제의 최대 희생자인 우리로서는 너무나 부당한 일이지만 분단의 역사를 신중히 살펴보면서 남과 북을 구분하려는 지적 인내심은 세계 어느 국민한테서고 찾아볼 수 없다. 남한과 북한은 하나의 「민족」으로 비쳐질 뿐이다. 그리하여 핵을 갖고 장난하는 북한의 무모함은 핵대결의 최대 희생자가 되어버릴 남한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북한에 우리가 가하는 비판은 서로 싸우기만 하는 한국인상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켜 결국 우리 자신의 위상에 상처를 입힌다. 이것이 우리의 비극이다.

 그렇다고 이미지의 문제가 단순히 북한 탓만이라는 것은 아니다. 이 땅을 거쳐간 외국인이나 해외로 여행을 다녀온 한국인은 이미 수백만에 이른다. 그러나 그것이 타국가와의 문화적 거리를 축소하고 불신의 벽을 허문 것 같지는 않다.

 이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아니다. 우리는 온갖 수단을 가리지 않고 이기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준칙을 어린 시절부터 배워온 국민이다. 안팎에서 그러한 동일한 준칙에 따라 마구 행동한 우리가 이방인의 눈에 좋게 보일리가 없다.

 원론적인 탁상공론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남과 북은 공영과 공멸의 갈림길에 놓인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는 한국 사회내에서 질서의식과 시민정신을 함양하는 개혁에 나서야 한다. 우리만이 사는 이 땅에서조차 상호 존중의 미덕이 지켜지지 않는 마당에 다른 피부색의 이방인과 마주치는 국제무대에서 신사처럼 행동할 신한국인은 있을 수 없다.

 국력증강과 국제화는 우리 사회의 의식 개혁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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