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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짐지고 고서 되찾기/고태성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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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짐지고 고서 되찾기/고태성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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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가 병인양요때 약탈해간 우리의 외규장각 도서를 되찾을 수 있는가에 다시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몇가지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우선 프랑스가 약탈해간 3백여권의 외규장각 도서중 1권을 단돈「10파운드」를 받고 영국에 팔아넘겼다는 사실은 우리를 놀랍고 아연하게 만든다. 문화라고 하면 자신들의 전유물인양 콧대를 세우던 프랑스가 남의 나라에서 약탈해간 문화재에 대해서는 싼 거래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이다. 훌륭한 문화를 가꾸고 보존하는데에도 「강자의 논리」가 적용되는 쓰디쓴 사실을 보게 된다.

 반면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여부가 한국과 프랑스간 현안이 되자 프랑스가 영국에 팔았던 도서 1권을 되사려했다는 소식은 그나마 문화대국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프랑스의 뒤늦은 「성의표시」로 여기고 싶다. 

 그러면 외규장각 도서를 되찾으려는 우리 정부당국의 대응은 어떠한가. 한마디로 「소 닭쳐다보듯」하고 있다는 지적이 불가피할것 같다. 지난해 9월 한불 정상회담 당시 느슨하고 애매하게 합의된 내용을 뒤치다꺼리해야하는 관계부처의 고충은 이해할만하다. 그러나 시일이 지날수록 이를 귀찮아하는 기색까지 엿보이는 것은 변명이 어렵다. 일부에서는 심지어 『외규장각 도서가 그렇게 가치있는 것이냐』는 반문이 튀어나오기도 하는 실정이다.

 가령 각계의 여론을 수렴, 우리의 입장을 확고히 해야할 문화체육부를 보자. 정상회담이후 8개월이 지나도록 전문가회의 한번 제대로 하지 않았다. 영구임대니 교환임대니 하면서 어떻게든 한국에 끌고오는 모양만 갖추려고 급급해하는 듯한 모습이다. 또 프랑스정부와의 외교교섭을 담당하고 있는 외무부는 어떤가. 한때 김영삼대통령이 6월초로 예정돼있는 러시아방문에 이어 프랑스를 방문하는 문제가 정부내에서 거론된 적이 있었다. 이에 긴장한 외무부에서는 또다시「한건」을 하려는 의도에서였는지 실무작업에 급피치를 올렸다고 전해진다. 그러더니 프랑스방문얘기가 사라지자 한숨 돌렸다며 일손을 놓다 시피한 모습이 요즘 외무부이다.

 무엇이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입맛이 쓰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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