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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첫 독창적 문명비평서 출간/토인비연구 권위자 강기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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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첫 독창적 문명비평서 출간/토인비연구 권위자 강기철씨

입력
1994.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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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과학단계의 세계관/우애·봉사 바탕 정신혁명 강조/인류위기 극복 새 세계관 제시 과학이나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인류가 처한 위기극복의 대안을 제시하는 책이 쏟아지는 가운데 정신과 의식의 대전환에 초점을 맞춘 문명비평서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토인비연구의 권위자인 원로학자 강기철씨(69)가 문예출판사에서 출간한 「후과학단계의 세계관」은 국내학계에서 연구된 최초의 독창적인 문명비평서로 사고의 대전환을 토대로 새로운 세계관을 제시하고 있다.  

 토인비의 아인―인간―영인단계의 개념이 기저에 깔린 「후과학단계의 세계관」에서 저자는 『물질과 과학문명에 집착하는 인성(세속) 문화에서 정신문화 가치는 계속 억압되다 마침내 문명의 몰락으로 이어진다. 반면 영성문화는 정신문화의 기초 위에서 세속문화가치와 균형을 유지해가는 불멸의 후문명단계를 개척한다』고 결론을 짓고 있다. 여기서 아인단계는 자연숭배라는 세계관이 생활신념을 좌우하는 시기며 인간단계는 문명의 발생과 몰락을 말한다. 영인단계는 인간의식의 가장 성숙된 시기로서 계발적 이기주의가 꽃피우는 데 이는 「나에게도 좋고 이웃에게도 좋으며 나에게만 좋고 이웃에게는 나쁜 일을 결코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 소개된 기존의 「엔트로피」(레제미 리프킨 지음·정음사간), 「과학혁명의 구조」(토머스 쿤 지음·이대출판부간), 「새로운 과학과 문명의 전환」(카프라 지음·범양사간), 「정신과 자연」(그레고리 베이트슨 지음·까치간) 등은 과학의 세기로 통칭되는 20세기 과학문명의 위기에 대한 새로운 과학적 패러다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후과학…」은 우애 협동 봉사 희생의 덕목에 바탕을 둔 정신혁명만이 인류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의식개혁의 선행조건으로 여과률(모든 결과는 원인에서 오는 게 아니라 환경여건과 창조여건·필수여건에서 비롯된다는 것)과 공관적 합의방법같은 다양한 새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민주당정권 당시 대학강사로서 한국교원노조 대표로 활동하다 5·16후 공산주의자로 몰려 옥살이를 겪은 강기철씨는 전력 때문에 대학강단에 서는데 어려움을 당하기도 했다. 이런 전력으로 독립유공자인 선친(강학린)에 대한 평가도 늦어져 문민정부가 들어선 지난해 3·1절에 건국훈장이 추서됐다. 문민정부의 개혁작업과 때맞춰 나온 그의 저서는 개혁은 제도나 법률에 의지해서는 한계가 있으며 국민의 의식개혁이 선행돼야 성공할 수 있음을 시사해준다. 7천원.【이기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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