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규장각 고문서 반환협상이 교착상태에 있다. 양국의 입장과 주장이 판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12월 14일 『프랑스에 있는 고서는 영구대여 방식으로 환수하고, 국립중앙도서관 등의 고서를 대여방식으로 프랑스에 보내 전시한다』는 협의안을 프랑스에 제시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8일뒤인 22일 다른 협정안을 제시했다.
프랑스의 협정안을 보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양국정부는 서로 부속서에 열거하는 도서묶음을 쌍방에 기탁한다. 기탁도서는 유사한 질의 도서로 구성하고 도서의 교환은 회전방식으로 한다. 각 도서 기탁은 쌍무적 한시적 취소 가능한 방식으로 한다. 기탁기간은 2년으로 하며 묵시적으로 자동연장된다. 도서를 타방에 기탁한 소유주측은 도서 유지 관리가 충분치 못하거나 보존이 충분치 못할 경우, 어느 일방이 회수를 요구했을 경우, 하시라도 사전통보에 의해 기탁도서의 전부 또는 일부를 회수할 수 있다」
『교류방식으로 한국에 영구대여하겠다』던 미테랑대통령의 약속과는 거리가 멀다. 규장각도서는 프랑스 소유이며 여차하면 도로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마치 조삼모사를 당하는 느낌까지 든다.
프랑스의 국내법과 거센 반대여론상 외규장각 도서만 우리측에 영구대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많은 외국문화재를 불법소유하고 있는 프랑스의 입장도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그렇다면 프랑스도 한국의 입장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약탈당한 귀중문서의 정당한 반환이라는 명제를 안고 있다. 프랑스의 협정안에 동의할 경우 프랑스의 권리만을 추인하는 꼴이 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장래 주장까지도 포기하는 결과가 된다.
프랑스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선택의 길은 뻔하다. 문체부나 중간에서 고뇌하는 외무부도 시야를 넓히면 된다. 아쉽지만 우리를 흥분시켰던 「TGV 선정과 관련한 프랑스의 고도의 정치적 제스처」를 잊어버리면 그만이다.
한때 속았다고 해도 좋고 초기에 법적 대응을 소홀히 했던 당국의 실수라고 해도 좋다. 문화재를 돌려받지도 못하면서 온갖 한국 문화재를 갖다 바치는 희극은 필요없는 것이다. 역사적 불의를 원상회복한다는 양국 정상의 합의가 실현될 수 없다면 차라리 해결을 뒤로 미루는 것이 나은 길일 것이다.<문화1부장>문화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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