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역민방 졸속추진 부작용 우려/이민웅(월요논단)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역민방 졸속추진 부작용 우려/이민웅(월요논단)

입력
1994.05.09 00:00
0 0

 정부가 최근 추진하는 일들이 어쩐지 매끄럽게 풀려나가지 않는 것같다. 무언가 인기품목을 찾고 정책적 고려보다는 정치적 고려에 의해 결정하며 서둘러 집행하는 일들도 눈에 띈다. 4대 도시에 지역민방을 신설하기로 한 정부의 결정도 그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 한다. 정부는 지난달 9일 지역민방 신설을 발표한 이후 1주일만인 15일에 관보를 통해 신청공고를 냈고 18일부터 신청서를 배부, 이달 2∼31일까지 접수하여 8월초순까지 운영주체를 선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8개월동안의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4월께 시험방송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무슨 속도전을 보는것 같다. 과연 지역민방의 신설이 이렇게 서둘러 결정되고 추진되어도 괜찮은 일인가.

 지역주민들의 민방시청욕구가 크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리고 내년 6월에 지방자치단체장·의회의원선거가 동시에 실시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방송환경, 즉 제작능력·광고시장의 상황등 여건뿐만 아니라 운영주체의 재정능력에 주안을 둔 「심사기준」을 감안할 때, 질 높은 프로그램을 지역민에게 제공하기에는 아직 문제가 많다. 여건이 불비한데도 무리하게 지역민방을 신설해 사회통합에 역행하는 저질 퇴폐 프로그램이 판을 치게 한다면 지역민들의 정서함양 및 정보욕구충족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김영삼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의 확산에도 지장을 줄 위험이 큰것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제작인력의 확충이다. 신설되는 지역민방의 로컬편성비율을 15%이상으로 한다고 하는데 같은 지역의 KBS지역국은 9.8∼13.2%, MBC는 9.7∼14.2%사이의 로컬편성을 하고있다.인력은 KBS의 경우 부산 대구 대전 대전 광주를 합쳐 모두 8백여명에 이르고 MBC는 7백50여명에 이른다. 신설 민방의 경우 15%의 로컬편성을 위한 제작인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참으로 큰 문제다. 저질인력으로부터는 저질프로그램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지않으면 싸구려영화(시장규모가 작아 광고단가가 낮기 때문에)를 구입해 내보낼 수밖에 없다. 

 무리한 스카우트에 따르는 기존방송의 제작역량 저하도 눈에 보인다. 그리고 특히 내년에는 케이블TV가 동시에 출범한다. 이미 스카우트 열풍이 불고있다. 케이블TV 신설을 먼저 허용했으면 그것이 다소나마 정착되는 1∼2년을 왜 기다리지 못하는가. 선거공약을 지키려는 것이라면 임기중에 지키면 되는 것이다. 저질 퇴폐프로그램으로 지역여론이 들끓게 될 때 그 책임은 누가 질것인가.

 「지역민방 TV방송 심사기준」도 문제다. 모두 12개 항목에 걸쳐 1천점 만점으로 된 「심사기준」은 구성주주의 재정능력및 적격성을 가늠하는 항목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프로그램의 질과 공공성을 가늠하는 「프로그램의 편성및 확보계획」의 비중은 50점으로 5%에 지나지않는다. 그러다보니 어떤 기업은 「공익·자선사업 참여실적」을 쌓기 위해 ○○연구소등을 급조해 함량미달의 연구보고서를 내놓기도 하고 기존 자선단체를 흡수통합하는 편법도 동원하고있다. 

 선진외국의 경우 방송국의 허가및 허가갱신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편성계획과 그 이행여부다. 특히 영국의 공중파 민방의 경우, 편성계획이 질적 관문(QUALITY THRESHHOLD)을 통과한 후에야 재정능력등 기타사항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지역민방의 신설은 정치적 고려에 의해 서두를 일이 아니다. 다소나마 여건이 호전될 임기말에 가서 허용해도 결코 늦지않다.<한양대교수·신문방송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