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한·일 정상답방위해 “넘어야할 산”/북도 후계·경제협력등서 필요성 절실 김일성북한주석의 방중이 중국의 최고 실권자인 등소평의 90회생일인 오는 8월 23일에 맞추어 이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북경외교가에 나돌아 주목을 끌고 있다. 현재 중국당국으로부터 연내 방중초청을 받고 있는 상태인 김일성의 중국방문시기를 놓고 그동안 나왔던 5월설 6월설의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짐에 따라 나온 「등소평생일 방중설」은 현재로서는 실현가능성이 아주 높다.
김은 지난 2월 23일 북한을 방문한 이숙쟁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으로부터 강택민중국공산당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연내 방중초청을 전달받고 적절한 시기에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중국의 당기관지 인민일보와 신화통신을 통해 중국언론에 곧바로 보도되었다. 92년 8월 한중수교이전, 이미 수십차례 공식·비공식적으로 김의 중국방문이 있었지만 이처럼 사전에 초청과 수락의사 표명이라는 의전 절차가 구체적으로 보도되기는 처음이었다.
사실 김의 중국방문 실현은 중국이 풀어야 할 하나의 과제이다. 92년 8월 한중수교이후 지난3월 김영삼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는등 이미 2년 사이에 두명의 한국 국가원수가 중국을 방문했지만 중국의 국가원수는 아직 한 차례도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은 중국의 외교 의전상으로도 이례적이다. 한동안 관계가 소원했던 몽골과 지난 89년 관계를 정상화한후 국가원수의 상호방문이 각각 한 차례씩 있었던 최근 사례에 비추어 볼 때도 이는 확인된다. 강택민국가주석이 지난 3월 중국을 방문한 김영삼대통령에게 연내 방한실현을 약속한것도 중국 역시 국가원수가 한국을 답방할 차례라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중국이 정상방문상의 「결례」를 한국에만 하고 있는것이 아니다. 일본도 지난 92년 10월 아키히토국왕이 중국을 친선방문한바 있어 중국은 일본에도 「정상방문」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중국이 이처럼 한일양국에 대해 정상방문의 「빚」을 지고 있는 이유는 바로 북한의 존재 때문이다. 92년 8월이후 활발해진 한국과의 정상외교와는 대조적으로 북한과의 정상외교는 공식적으로는 물론, 비공식적으로도 단 한차례도 이루어지지 않은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주석이 92년 8월 이전 수십차례 중국을 방문했던 점에 비추어 보면 확실히 이는 「정상적」상황이 아니다. 이러한 「비정상」상황이 김의 중국방문으로 「정상화」되어야 기쁜 발걸음으로 한국과 일본을 방문할 수 있는것이다.
대한·대일정상외교의 족쇄를 풀기 위해 중국이 김주석 방중을 필요로 하고 있다면 북한은 석유와 식량의 안정적 공급등 당면한 경제난의 해소와 장기적인 경제협력문제, 그리고 후계체제에 대한 지원의 계속등 현안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역시 김일성의 방중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김의 방중이 여태껏 실현되지 않은 이유는 핵문제와 의전상의 문제 때문이다. 핵문제가 해결의 가닥을 잡지 않았을 경우에 이루어지는 김일성의 중국방문은 양국 모두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강택민이 김일성에게 연내방중을 요청하고 또 한국의 김영삼대통령에게 연내 방한 약속을 한것은 북한에 대해 연내에 핵문제를 해결할것을 사실상 최후통첩한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중국이 북한의 외교적 입지를 더욱 궁하게 만들 수 있는 「한국방문 카드」로 핵문제의 해결과 이에 뒤이은 김일성의 방중을 압박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등소평 90회 생일 김일성방중설」이 설득력을 지닌다.【북경=유동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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